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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암호화폐,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며 사태 확산…2030 반발에 금융당국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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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은 질 수 없지만 과세는 하겠다?…'이중잣대' 논란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2030의 분노'와 여권의 '거리두기'에 금융당국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며, 투자자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이후,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예컨데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다 보호해 줄 수는 없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 직후 청와대 국민게시판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4일째인 26일 해당 청원에 동의한 참여인원은 13만명을 넘어섰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밝힌 이 청원인은 특히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며 “그런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낸다. 덕분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며 '내로남불'을 지적해 젊은층의 열렬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또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그리고 그 말에 책임을 지시고 자진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며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여권은 즉각 은 위원장을 향해 질타를 쏟아내며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정책, 그때도 지금도 틀렸다"며 "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를 투기도박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고, 손실 보호도 할 수 없으며 투자자들이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이 보는 세상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6G, 가상세계 등 신기술이 맞물린 새로운 시대인데 우리 기성세대는 아직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다"며 "청년들의 미래 투자를 기성세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은 위원장의 협박성 발언 이후, 코인 가격은 30% 가까이 급락했다"며 "본인의 위치와 파급력을 생각하면, 정말 '참을 수 없는 발언의 가벼움'이라 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준비를 마친 대형 코인 거래소들이 등록 대기 중인 걸 알면서도 마치 모든 거래소가 폐쇄되는 양 근거 없는 '협박성' 발언을 통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부분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이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어른인 본인이 옳은 판단을 한다는 사고방식부터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그간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 관련 질문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껴왔다.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관련 질문에 최대한 답변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시장이 며칠 사이에 심각한 수준으로 과열되자 다소 진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전날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은 위원장의 발언은)한 번 정도 (시장)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거래소 대규모 '셧다운' 가능성에 대비해 주의를 다시 한번 환기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정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완료하지 못하면 가상자산사업자는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거래소의 대규모 폐쇄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혀왔던 내용을 국회 질의과정에서 다시 한번 답변한 것인데, 아무래도 말로 하다 보니 표현에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기존의 금융당국의 입장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주식이나 사모펀드 등에 투자할 때 "자기 책임 원칙 하에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당국의 스탠스가 3년 전 암호화폐 열풍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2018년 당시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시장에 충격을 주는데 그쳤다.

 

3년이 지난 지금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암호화폐 시장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지만 정부의 인식은 과거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선 가상화폐 거래소가 뉴욕 증시에 입성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200개 거래소가 모두 폐쇄될 수도 있다"는 엄포만 늘어놓을 뿐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자금유입 규모도 엄청난 수준으로 늘고 있는데 사업자들이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지 그 누구도 정해주지 않고 있다"며 "보호수단이 없다면 이용자들이 사실상 가상자산을 대체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원하는 업계가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주면 지키겠다고 까지 나서고 있는데도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암호화폐 논란은 암호화폐에 대응하는 정부의 소극적이고도 이중적인 태도가 키우고 있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주무부처는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금융위, FIU, 기획재정부 등 10개 부처가 협의체 형식으로 대응할 뿐이다. 누구 하나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으니, 정부의 대응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특별단속기간' 동안 범정부 차원의 불법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금법도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이나 불법자금거래를 감시 차단할 뿐, 거래소 운영이나 암호화폐 거래 과정을 관리하거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과는 거리가 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며 ”금융당도 주무부처가 아닌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시장 파악도 안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수나 거래 대금 규모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은 위원장도 "(거래대금)17조원에 대한 실체도 확인이 안 되고 있다"며 "도박판의 판돈처럼 조금 들어갔는데 계속 손 바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면서도, 정작 시장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는 방침을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들도 암호화폐를 100%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권에서 키울 여지를 두고 일종에 법 테두리안에서 뭔가 해보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반면 터키나 인도는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불법이라고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각국 정부가 태도를 확실히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정부가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고, 세금같은 실리는 추구하되 그거에 대한 책임이나 보호. 산업발전 육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얘기하는데 정말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만큼, 더 이상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며 논의를 피할 것이 아니라 업권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018년에도 정부는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발언을 하며 초법적 조치만 해왔다"며 "더 이상 그렇게 할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법 등 업권법을 만들어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부는 주무부처도 정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해 책임만 면하고 보려는 태도를 버리고, 변화된 환경과 이에 진입한 2030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뉴욕주는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가상화폐 취급업체 면허인 비트라이선스를 만들었다. 일본은 금융상품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규정하고 현물, 파생상품 거래를 모두 규제하고 있으며 사업자에는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지난해 12월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설립했고, 홍콩의 가상자산 규제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관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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