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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K바사 편법 중복 청약으로 `0주' 속출... 계좌 쪼개기로 계좌수가 배정 물량보다 많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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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배분제, 중복 청약으로 취지 무력화 
중복청약 방지 시스템, 하반기에나 구축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주 청약은 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자금이 많은 투자자에게 공모주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시행된 균등배분제는 오히려 계좌 쪼개기를 통한 중복 청약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계좌수가 공모주 배정 물량보다 많아지는 기현상까지 나타나며 1주도 못받는 소액 계좌가 속출했다. 균등배분제의 취지가 계좌 쪼개기를 통한 중복 청약으로 무력화된 셈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의 청약 증거금은 63조61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최대 청약 증거금이 모였던 카카오게임즈의 58조5543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SK바사에 청약 증거금이 몰린 이유는 지난해 SK바이오팜과 같은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나 균등배분이 되는 첫 대어라는 것이 유효했다.

 

균등배분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마련한 ‘기업공개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 중 하나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의 공모주 청약 당시 고액자산가가 공모주를 독점한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마련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중 절반(50%)이상에 균등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으로 청약한 모든 일반청약자에게 동등하게 공모주를 나눠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와 함께 중복청약을 금지하기로 했으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계좌 쪼개기가 나온 것이다. 금융위는 복수 주관사가 있는 기업공개에서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 청약할 경우, 청약증거금을 많이 조달할 수 있는 청약자들이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간다는 지적에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청약증거금 예치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 시행령도 아직 이뤄지지 못하면서 시스템 구축이 시작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 예고가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는 당초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SK바사의 균등배분을 최대한 받기 위해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해 15개가 넘는 계좌를 만들며 청약을 신청하는 사례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오히려 돈이 많은 사람이 여러 증권사에 청약해 공모주를 많이 받아내는 사례도 발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바사 뿐 아니라 균등배분이 도입되고 올해초부터 친인척이나 지인들 계좌 동원하고 자신의 돈을 분산해서 청약하는 투자자들이 아름아름 생겨났다"며 "최초 취지와 다르고 이용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계좌수가 급증하면서 청약을 주관하고 인수하는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버벅이는 전산마비도 나타났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청약이 시작되자 한국투자증권 MTS는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공모주 청약 버튼을 눌러도 "청약 신청 고객 증가로 순차적으로 업무 처리 중에 있다"며 "잠시 후 다시 청약에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는 안내 문구가 나왔다.

 

접속 지연 현상은 30분 후부터 해소됐으나 청약신청 업무는 12시전까지 처리가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한국투자증권 뿐 아니라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도 청약신청을 수량 선택이 한참동안 되지 않는 버벅이는 현상이 나타났고, 인수사인 SK증권도 10시30분까지 공모주 청약 신청이 지연되는 전산마비가 있었다. 복수의 증권사를 통해 중복청약이 가능해지면서 동시 다발적인 청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사의 대표 주관사와 공동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의 1~2월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138만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주식거래 활동계좌 증가건수인 612만개의 22%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비대면 계좌개설 20일 제한 없이 CMA 계좌를 만드는 방법을 찾는 개미들도 속출했다. 증권사가 아닌 그룹 금융사 이벤트를 통해 CMA 통장을 만들 경우, 개설이 가능했던 것을 이용한 것이다. 다만 해당 이벤트는 2월말 일시적으로 진행됐고, 현재는 막혔으나 이를 활용한 증권사 계좌 급증도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체 계좌수 증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휴면계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계좌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계좌 쪼개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구축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나 아직 발걸음도 떼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기업공개 공모주 일반청약자 참여기회 확대방안을 발표할 당시 중복청약을 금지하는 별도의 시스템은 청약증거금 예치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증권금융에게 맡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 구축은 완전 초기 단계이다. 기존 공모주 청약은 증권사별 MTS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진행된다. 이에 대한 중복청약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증권사들과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지금 증권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시스템 구축이 아직 시작되진 않았다"고 설명했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 하반기에나 중복 청약이 막힐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어인 SK IET에서 계좌 쪼개기가 다시 한번 등장할 수 있다. SK IET는 현재 상장예비심사 중이며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하반기 상장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야놀자 등의 대어에서도 중복 청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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