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전세계에 경기침체의 타격을 가하고 있다. 어느 특정 국가가 아닌 지구촌 전체에 ‘글로벌 리세션’이라는 공포를 몰고올 조짐이다. 글로벌 침체의 고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올해 말과 내년 초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의 경제 강국 독일과 프랑스는 2ㆍ4분기에 이어 3ㆍ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미국도 3ㆍ4분기 중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의 55%를 차지하는 선진경제가 침체국면에 돌입하면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상당수의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
유럽연합(EU)의 호아킨 알무니아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15일(현지시간) “금융 부문에 이어 실물경제에서도 고통이 시작됐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금융만이 아닌) 전체 경제를 어떻게 안정시킬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EU 차원의 경기부양책 마련을 촉구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뉴욕 연설을 통해 “금융시장이 안정되더라도 경기가 조속히 회복되기 어렵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만으로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어려운 마당에 수습 후에도 경기가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장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아예 경기침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소비지표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지난 9월 중 15만9,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을 두고 “현재까지 확인된 미국 주요 경기지표는 1990년과 2001년 경기침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1980년 초반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2차 오일쇼크 이후 폴 볼커 FRB 의장의 과도한 금리인상 조치로 1981년 7월부터 1982년 11월까지 16개월간 혹독한 경기침체를 경험한 바 있다.
미국경기의 침체는 앞으로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3ㆍ4분기보다 4ㆍ4분기 또는 내년 1ㆍ4분기가 더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9월부터 시작된 충격적인 금융위기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차를 감안한 것이다.
경기하강을 막을 마땅한 카드도 없는 상태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으나 금리인하가 당장의 침체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 하원이 3,000억 달러 규모의 제2차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오는 11월 대선과 총선이 끝나고 내년 1월 새 의회가 개원해야 구체화할 수 있다. 주택경기의 바닥 없는 추락은 미 경제 침체의 골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격 하락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하버드 대학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주택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번 구제금융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면서 “정부가 주택 소유자들의 모기지 원금 일부를 저리로 차환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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