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21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2주째 대치하면서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간 대립이 여당의 일부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과 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격화되면서 코로나, 경제, 안보위기 3중고 속에도 21대 국회는 개원식도 못한 채 시작부터 '반신불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원구성 마무리를 위해 예정했던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원구성 시한은 4번 연거푸 바뀌었다.
국회법상 법정 시한이던 지난 8일 여야는 통합당 요구대로 선(先) 상임위원 정수조정에 합의하며 1차 시한을 넘겼다. 2차 시한인 12일에는 박 의장은 본회의는 열었지만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기 위한 사흘의 시간을 드린다"면서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3차 시한인 15일에는 박 의장이 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법제사법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여당 몫 상임위원장 6명을 선출했고, 통합당은 반발해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4차 시한인 19일 박 의장은 "야당의 원내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해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여야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촉구했다. 이번에는 원구성 마지노선을 설정하지 않는 등 통합당을 달래는 데 중점을 뒀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지난달 30일 시작했지만 개원식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아직까지 선서도 못한 채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원구성 협상 파트너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잠행도 유례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범여권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자 사의를 표명한 뒤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통합당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16일 오전에는 대전 국립현충원, 오후는 아산 현충사를 방문하는 등 충청권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했다. 18일에는 광주의 한 사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주 원내대표의 행적을 쫓으며 끊어진 협상의 끈을 연결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어딨는지) 좀 알려달라.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다음주 내에는 원구성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초선 의원 간담회 전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보기에 아마 원내대표가 주말쯤 지나면 올라오게 되고 우리가 어떻게 (등원) 참여하게 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20일 선친의 49재를 맞아 경북 울진 불영사를 찾은 모습이 포착됐지만 국회 복귀와 관련해 "상황이 바뀐 게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 제출된 지 2주째 잠만 자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3차 추가경정예산 처리 문제도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원구성 난항으로 추경 심사는 첫 발도 못 뗀 상태다.
통상 추경 심사는 2주 가량 걸리는 데다가 통합당이 추경 예산 일부가 코로나 대응 목적과 맞지 않는다며 송곳 심사를 예고해 난항이 예상된다. 나아가 정치권에선 대학가 등록금 반환 목소리에 맞춰 관련 예산 반영을 검토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 수록 이달 중 처리 후 7월 집행 일정표를 맞추기가 빠듯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추경이 발표된 지 두 달이고, 국회로 간 지 2주가 됐다. 6월 국회에 처리하기로 국민과 약속했는데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어서 안타깝다"는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를 민주당 지도부에 전하는 등 에둘러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태년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코로나, 남북문제, 안보, 3차 추경 처리 등 국가 비상상황인데 국회는 아직 정상 가동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주 안에 원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