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은 17일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참석해 "계획적인 범행이 절대 아니다"고 항변했다.
고씨는 최후진술에서 "찔러 죽일 생각이었다면 카레며 갈비탕, 황태 등 며칠간 먹을 음식을 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고 범행 계획성을 철저히 부정했다.
이날 고유정은 사건의 모든 책임을 현 남편과 자신이 살해한 전 남편에게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고씨는 "펜션에서 수박을 자르려고 하는데 아이 아빠가 다가왔다"며 "저를 큰 몸으로 제압했고, 그가 집중하는 사이에 손에 잡힌 칼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고씨는 "현 남편이 경찰에 졸피뎀을 가져다 준 뒤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이 언론에 가려졌다"면서 "험악한 여론이 형성됐다"고도 했다.
1심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펼쳤다. 고씨는 "1심 재판장이 제 변호인을 많이 질책하는 것을 보고 그때 포기했었다"면서 "판사님이 선고 전에 이미 나를 유죄로 생각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희망은 이제 앞에 계신 3명의 판사님 뿐이다"면서 "무자비한 언론의 십자가를 지셔야되지만, 어려우시더라도 부디 용기를 내어주시라"고 읍소했다.
검찰은 이날 고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재차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고씨가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살해하는 연쇄살인 범죄를 저질렀다"면서 "범행 수법이 지나치게 잔혹하고 지난 공판동안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형만으로는 형이 가벼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전 남편 사건의 경우 전례 없는 참혹한 방법으로 사체를 훼손하고 숨기는 등 범행이 계획적으로 판단된다"며"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 등을 감안해서 선고 형량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살인죄는 경험칙과 과학적 법칙 등으로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의붓아들 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고씨는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에서 9시50분 사이에 제주시 조천읍의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사망당시 36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고씨는 같은 해 3월2일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에 파묻히게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았다.
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7월15일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