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일명 ‘감정노동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전국 대형마트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는 “전국 대형마트(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120여곳을 조사한 결과, 개정법의 취지대로 사업장 내 안전 예방조치의 의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2 시행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건강장해 예방조치로 폭언 등을 하지 아니하도록 요청하는 문구게시 또는 음성안내를 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에 따라 마트노조는 법 시행 전인 지난달 16일 각 대형마트 측에 공문을 보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예방조치를 성실히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준모 마트노조 교선국장은 “예방조치에 대한 강제성도 처벌조항도 미비하기 때문에 법이 바뀌었어도 사업장 내 변화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며 “부족한 법이나마 생겨 기대를 했지만, 그 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법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트노조 측은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매장에서 사전예방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진행됐다고 볼 수 있는 곳들도 이전에 나온 포스터를 붙인 것이고, 매뉴얼을 게시판 또는 휴게실에 비치해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결국 최소한의 구색만 갖추자는 면피용으로만 진행이 되고 있고, 구체적 교육이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안내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달 초 경기 부천의 한 매장에서는 무인계산대 업무를 보던 한 직원이 고객의 강한 질책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관리자는 해당직원을 격리하지 않고 중재를 한다는 이유로 20분간 더 공개된 장소에서 대면을 시키기도 했다. 지난주 광주의 한 매장에서도 계산대 직원에 대한 고객의 고성이 있었지만, 바로 앞에 있었던 관리자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지켜만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노조 측은 바뀐 법에 따른 현장매뉴얼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마트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은 “여전히 고객응대매뉴얼도 구식이고, 전 직원에 대한 교육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마트노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재량에 따른 ‘즉각응대중지권’이 적극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매뉴얼에 나온 대로 1차, 2차, 3차 안내 및 경고조치는 실제로 실행하기 어렵고, 고객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트노조는 앞으로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가 우려되는 경우에 ‘응대중지권리’를 노동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사업주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