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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벌에 일침 가한 ‘을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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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폭로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갑질 행태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을의 반격’에 대한항공이 휘청거리고 있다. 그동안 벌어진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행태가 직원들에 의해 폭로됨에 따라 총수일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기업 이미지 실추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데 이어, 내부 폭로 관련 경찰 수사와 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및 대한항공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이 발단이 됐다.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조 전 전무가 지난 3월 광고대행사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던 것이다.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갑질·탈세 의혹 폭로


‘물컵 갑질’ 사태 이후 조 전 전무에 대한 갑질 폭로가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주로 임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욕설, 인사 전횡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달 14일에는 조 전 전무가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서 간부에게 욕설을 하며 고성을 지르는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광고대행사에 대한 조 전 전무의 갑질은 이미 광고업계에서 유명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갑질 제보도 터져 나왔다. SNS를 통해 2013년 조 회장의 자택 리모델링 공사 당시 이 이사장이 작업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다는 주장과 함께 음성파일이 공개됐다. 연이어 당시 이 이사장이 작업자에게 폭행을 저질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2014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공사현장에서 작업자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동영상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총수일가의 탈세·밀수 의혹까지 불거지며 비판 여론 확산세가 더욱 거세졌다. SNS에 대한항공 현직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난달 15일 ‘절세의 제왕’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총수일가의 탈세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글에는 총수일가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수백, 수천만원의 명품 쇼핑을 즐긴 후 대한항공 직원들을 동원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명품을 국내로 반입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음성·동영상으로 제보 신뢰성 높여


대항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및 비위 폭로가 경찰은 물론 관세청, 공정위까지 동원된 전방위적인 수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대부분의 제보가 내부 직원이나 관계사에 의해 전해져 단순 소문과 달리 신뢰성이 높았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SNS 블라인드를 비롯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개설되면서 총수일가 관련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제보자들은 구체적인 증언에 증거까지 제시하며 제보의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한 직원이 개설한 총수일가의 갑질 사례를 제보받는 오픈 채팅방에는 10일간 전체 직원 수의 10%에 이르는 약 1800여명이 참여했다. 개설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갑질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참여자는 조 전 전무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다른 참여자는 총수일가의 명품 밀반입이 이뤄진 날짜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소속 2개 노동조합은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직원 촉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일탈에서 비롯된 작금의 사태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대한항공은 그동안 오직 사주 주머니만을 채우는 곳간에 지나지 않았다. 전 직원은 그 곳간을 채우기 위해 날품을 파는 머슴에 불과했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를 내어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분위기, 폭로 쉬워진 환경


대한항공 직원들이 총수일가의 갑질 행태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나서게 된 데에는 △총수일가의 갑질 근절에 대한 불신 △‘오너 리스크’로 인한 회사의 위기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사내 분위기 △쉽고 간편한 폭로 채널의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한항공은 2014년에도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국민적인 공분을 사, 이로 인해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최근 한진칼의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회장이 두 딸의 갑질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항공이 ‘대한’이라는 이름과 태극마크를 사용할 수 없게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만 수십개가 올라올 만큼, 총수일가로 인한 기업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직원들이 내부 폭로에 나서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족벌경영의 폐해를 끊어내고 대한항공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총수일가가 퇴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단체 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개인이 특정 사안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채널이 활성화돼 있어 사측에서 폭로 확산세를 차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이 ‘재벌의 갑질’이라는 비교적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었기 때문에 언론 또한 온라인상에 퍼지는 갑질 폭로를 주목하고 있었고, 이는 관련 보도가 더욱 빠르게 쏟아질 수 있었던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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