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53년 만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미얀마를 이끌 지도자는 누구인가? 답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아웅산 수지 여사다. 군부독재와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여왔을 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이었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 바로 수지 여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차기 미얀마 대통령이 될 것인가란 질문에는 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수지 여사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미얀마 헌법에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수지 여사는 총선 승리 이후 “새 정부에서 대통령 위의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롭게 들어서는 NLD 정권의 새 대통령 후보 역시 수지 여사에 의해 낙점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미얀마 대통령 후보로 수지 여사의 수석보좌관인 틴 마르 아웅과 주치의인 틴 미요 윈 등 두 사람이 거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지 여사의 말을 충직하게 따를 수 있는 핵심측근들이 새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출된다. 대통령 후보는 모두 3명이다. 상원과 하원, 그리고 상하원의 25%를 점하고 있는 군부 의원단이 각각 1명씩의 후보를 낸다. 투표인단은 상하원 657명의 의원들이다. 과반수인 329명 이상의 득표를 하는 사람이 5년 임기의 대통령에 취임을 하게 된다.
수지 여사의 NLD는 지난 총선에서 하원 255석과 상원 135석 등 모두 390석을 확보하고 있다. 수지 여사가 지명하는 후보가 바로 미얀마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얀마 의회는 1일 수도 네피도의 의사당에서 개원식을 갖고 5년 임기를 시작했다. NLD는 1988년 창당 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
하원은 이날 첫 회의에서 NLD 소속 윈 먄트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윈 새 하원의장은 NLD 중앙집행위원회 멤버로서 이번 정권 인수 작업에 깊숙이 관여해 온 인물이다. 부의장에는 군부의 지지를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띠 쿤 미얏 의원이 선출됐다.
띠 부의장은 소수종족인 카친족 출신이다. 띠 부의장은 북부 샨 주의 민병대 지도자였던 인물로 당시 마약 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번 하원 부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상원의장 후보에는 소수종족인 카렌족 출신의 흐만 윈 카잉 딴 의원이 후보로 지명됐다. 만 상원의장 후보는 지난 1947년 수지 여사의 아버지인 아웅산과 함께 암살된 각료의 손자이다. 상원 부의장 후보에는 소수민족 라카인 출신의 에 따 아웅이 지명됐다.
NLD가 상원의장과 부의장 후보, 하원 부의장 등에 카렌족과 라카인, 카친족 등 소수종족 출신들을 임명한 것은 수지 여사의 국민 통합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원 부의장에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띠 쿤 미얏을 선출한 것은 군부와의 원만한 협조관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