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북한 당국이 22일 관광 목적으로 방북한 미국의 대학생을 억류했다고 밝히면서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저지 수단으로 '인질외교'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미국 버지니아종합대학 학생 왐비어 프레데리크(미국 언론 보도 기준 오토 프레더릭 왐비어·21)가 미국 정부의 묵인, 조종 밑에 조선의 일심단결 기초를 허물어버릴 목적으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관광의 명목으로 입국,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다 적발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은 그러나 체포된 미국인이 어떤 적대행위를 했는지, 언제 체포했는지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버지니아대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왐비어는 신시내티 출신으로 영국계 북한 전문여행사를 통해 새해맞이 관광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본사가 있는 영국계 북한전문 여행사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성명을 통해 "왐비어의 북한 억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그의 가족과 미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평양의 스웨덴대사관에 이를 알렸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국무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인 억류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 정부는 왐비어의 즉각적인 석방과 그의 가족에 관련 소식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현재 북한에는 이 대학생과 한국계 캐나다시민권자 임현수(60) 목사, 버지니아 출신의 한국계미국인 김동철(62) 씨 등 최소한 세명의 외국인이 억류된 상태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억류됐다고 보도된 미국인만 2명이다.
CNN 방송은 지난 11일 한국계 미국인인 김동철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되자 북한이 노골적인 인질극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김국기 씨, 김정욱 선교사, 최춘길 씨도 북한에 억류 중이다.
북한 정부의 기존 행보를 미뤄볼 때 북한이 미국인 등을 악용한 '인질 외교'를 펼치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