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12일(현지시간) 이란은 자국 영해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표류 중이던 미 해군 소속 군인 10명과 소형 경비정 2척을 억류했다.
이란은 영해를 무단 침입한 미 해군을 비난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이란으로부터 선원과 선박에 대한 안전하고 신속한 송환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이란에 억류된 해군은 남성 9명, 여성 1명으로 밤새 내내 걸프만 파르시섬에 잡혀 있었다. AP통신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아침 미군 측에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 관리들은 선원들의 상태에 대해 모두 다치지 않고 괜찮다고 말했다.
피터 쿡 미 국방부 대변인은 경비정(Riverine boats) 두 척이 쿠웨이트와 바레인 사이를 항해하다 교신이 끊겼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미 관리들은 이번 표류 사고는 걸프만 파르시섬 부근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경비정 중 한 척이 기계 고장을 일으켜 파르시섬 인근 이란 영해 안에서 표류하던 중 이란 측에 포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선원 중 일부는 샌디에이고에 기지를 둔 미 해군 제1리버라인 중대 소속으로 바레인에 주둔하는 미 5함대에 배치됐다.
리버라인 중대는 강안작전 등의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란 영해 부근에서 정찰과 작전 등을 수행 중이었는지, 단순 기계 결함으로 인한 표류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교신이 단절되자 미군은 해군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의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해 표류지역을 수색했다.
이란 반관영 파스 통신은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해군이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외국군인 10명을 구금했으며, 선원들이 이란 영해에 무단 침입했다"고 보도했다.
쿡 대변인은 "이란과 접촉하고 있으며, 선원과 선박을 신속히 돌려보낼 것이라는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 연설 몇 시간 전에 발생했다.
다만 이란이 미군의 신속한 송환을 약속한 만큼 양측의 핵 합의안 이행이나 이란의 신형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함께 국무부 청사에서 필리핀 외무·국방장관과 회담을 갖던 중 오후 12시30분께 표류 사고를 보고받았다.
케리 장관은 해군 억류 소식을 보고받고 즉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를 논의했다고 미 고위 관리는 전했다. 케리 장관과 자리프 장관은 수년 간 핵 합의안을 협상해오면서 친분을 다졌다. 이 관리는 자리프 장관과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케리 장관이 신속한 송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이 서방의 군인들을 억류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2007년에도 영국군 15명을 13일 동안 억류한 적 있다. 당시 영국은 자국 해군이 이란과 이라크 국경 사이에 있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