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2010년 이후 이번이 다섯번째다. 아직 뚜렷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 우리은행 주가도 한 주당 1만원을 밑돌면서 올해 매각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오는 21일 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민영화 일정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첫 회의를 가진 공자위 위원들은 아직 매수 수요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위원들은 추가 검토를 통해 앞으로의 일정과 방향을 정하기로 한 것 외에 민영화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은 총 51.04%다.
정부는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등 3원칙에 입각해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점 주주 매각' 방식 문제 없나?
지난해 정부는 우리은행의 확실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경영권과 소수지분을 따로 파는 '투 트랙' 방식을 시도했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이번에 공자위는 투자자에게 지분을 쪼개파는 '과점 주주 매각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점 주주 매각 방식은 여러 매수 희망자들에게 같은 양만큼 주식을 파는 방식이다. 동일한 지분을 보유한 복수의 주주들은 주주협의회를 통해 은행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각 방식이 수요 부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자체가 매수 매력이 높지 않은 산업인데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다면 투자자들이 입찰에 뛰어들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과점주주 방식이라는 게 돈은 투자하고 의결권은 약하다보니 사실상 매력이 없다"며 "또 과점 주주간 협의가 잘 되지 않으면 은행 경영권이 불안해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헌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과점주주 방식이 공적자금 회수를 가능하게 하면서 매각을 진행하기가 용이하다"며 "하지만 은행지배구조나 경영에 대한 뜻을 같이하면서 입찰을 함께 진행하는 투자자들을 찾는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각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어떤 방식이든 우리은행 자체에 대한 수요 시장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은행 민영화도 산업은행의 실패 전례를 밟을 수도 있다"며 "우리은행 민영화는 매각 방식의 문제가 아니고, 아직까지 수요 의지가 전혀 없는 물건을 파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는 "산다는 사람이 있어야 물건 값이 형성되는데 지금은 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 조기 매각 바람직 VS 매각 미루면서 몸값 높여야
올해로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다섯 번째 도전한다. 2010년 첫 민영화 시도 이후 5년 째다.
숭실대 윤석헌 교수는 매각 가격을 낮춰서라도 빠른 시일 내로 파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사실 많이 기다려줬고 지금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한국 금융권 상황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밝지만은 않기 때문에 주가는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교수는 "공자위나 매각소가 시간을 끌 수록 우리은행 조직의 불확실성만 확대되면서 리스크가 더 커질수 있다"며 "남아있는 자산의 부실화를 막고 조직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낮춰서 빠른 시간 내에 파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반면, 시립대 윤창현 교수는 "당분간 매각을 미루면서 우리은행의 몸값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 소유라 은행을 경영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당한 매수자가 나올 때까지 우리은행을 잘 관리하고 매각을 잠정적으로 미루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