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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권녕호 화백 ‘회화 1970-2013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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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업 40여년 생애작품전…21일부터 30일까지 종로 ‘한벽원 미술관’서 열려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블루(Blue)'라는 색채를 사랑한 작가들이 있다. 그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색채의 마술사 마티스와 이브 클라인이 그러하다. 마티스는 그의 회화 속에 명쾌한 누드를 마티스의 블루로, 이브 클라인은 그의 누드와 오브제를 이브 클라인의 블루로 제작 했다. 이처럼 파란색은 사람들에게 가장 대중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색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주며, 동시에 블루는 인간의 정신, 영혼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흔히 환영이나 꿈, 미래 등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한국의 중견작가 권녕호 화백의 블루는 동양적인 신비감을 주는 은밀한 상징의 블루이다.

◆프랑스 25년, 그러나 가장 동양적 신비감

중견작가 권녕호 화백의 40여년 작품전이 21일부터 종로 ‘한벽원 미술관’(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35-1)에서 열린다. 이번 작품전은 권 화백의 작품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로, 40년 작가로서의 생애와 작품을 망라하는 총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봄의 전령 같은 작품을 선보여온 권 화백의 작품이란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5년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작품활동 및 강연을 해왔던 서양화가 권 화백. 하지만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화풍에 담아왔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서도 늘 관심의 대상이던 그의 30여점 전시회는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교수는 전시 서문에서 "권녕호의 블루는 마티스의 경쾌한 곡선들이 교차하는 명료하고 원색적인 블루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브 클라인의 블루처럼 원색적이고 투명한 블루도 아니다. 오히려 유럽에서 그의 블루는 동양적인 신비감을 주는 그린듯, 지운듯한 은밀한 상징적 색채로서의 블루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바로 블루의 작가 권녕호 화백이다. 20대의 최연소 작가로 개인 전시회를 열면서 주목받았던 화제의 인물. 그러나 25살 철없는 나이에 파리로 건너가 명문 국립미술대학인 에꼴 드 보자르에서 돈키호테처럼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작가. 이 시기에 그는 벨기에의 국민화가이자, 코브라그룹의 리더인 세계적인 화가 피에르 알레친스키의 제자가 되어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화가로도 유명하다.

◆10년 주기의 작품 변화를 한눈에...

권녕호 화백의 지난 화업을 총망라하는 <권녕호의 회화 1970-2013展>은 작가의 초기 군상 시리즈에 이어, 프랑스 체류 시절에 한국 민화에서 영감 받은 작품들, 그리고 현재에 이르는 자연 소재를 상징적으로 등장시키는 추상화까지 작품세계의 과정을 볼 수 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10년을 주기로 한 변화의 여정을 이번 전시에서 총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기에 더욱 기대되는 전시회이다. 권 화백 작품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혼합 안료를 사용하여 나이프로 마띠에르를 정갈하게 펼쳐, 작품속에서 색체들을 시적이고 철학적인 이미지로 캔버스화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녕호 화백은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우연인지 숙명인지 10년을 주기로 작품이 변화해왔어요. 어릴 때 오로지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파리에 가서 오랜 작품 활동과 교수생활로 20여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는데, 국내에 돌아와 작업을 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가네요”라고 회고한다. 또한 “그동안 변화의 과정을 주로 파리에서 겪었는데 국내에서는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이번에 준비하게 되었다”며, 전시회 배경을 설명했다. 오랫동안 오직 작품에만 전념해온 그의 열정을, 이번 작품전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들을 펼치고 스스로 과거에 대한 정립을 이루고자 하니, 마치 1981년도 첫 개인전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 동안의 과정을 바탕으로 또다시 도약하고 변화하는 터닝포인트의 계기를 맞을 것 같아 자신감과 청년 당시의 열정이 솟구칩니다” 40년간의 작가 인생을 걸어오며 주기적으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권 화백. 그는 그만의 추상화를 전하고 있으며, 여전히 다음 10년의 행보에 대해 열정적이고 작가로서의 완숙을 엄격하게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권녕호 작가는 군상을 테마로 한 구상스타일로써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미술대상전에서 구상부문 수상을 비롯해, 여러 공모전에서 각종 수상을 하면서 떠오르는 작가로 화단에 관심을 모았다. 또한 불란서에서 전업 작가와 교수로서 활동 한 20년의 세월동안 전통과 우리의 것으로부터 오는 정체성에의 고민을 통해, 민화에 대한 이미지와 인용들로 변화된 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 꽃, 풀, 구름, 해 등 민화 속 상징들과 자연 소재를 압축적으로 적용, 화면의 조형적 구성을 다변화시킴으로써 1993년 구상 부문으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권 화백. 2000년대 들어서며 보다 단순화된 추상성을 강화하고 그만의 색채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화폭에 물감으로 표현하는 자연의 서정시

많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식물과 넝쿨은 한국적인 정서와 현실을 의미하고 기하학적 형상들은 현대적이고 서양적인 이상”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든 아니든, 우리는 이 다정다감한 형태와 색채들이 빚어내는 그지없는 평화로운 화폭 에서 번잡한 일상의 지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권 화백은 색채의 시인이자 공간의 건축사로도 평가받고 있다. 화폭에 물감으로 맛깔스런 시를 풀어내는 서정시인, 그가 만들어 낸 독자적인 안료로 덧칠해진 석고풍의 색면, 마티에르가 주는 이지적인 화면들, 지나간 듯 남아있는 흔적들을 통하여 화음을 이뤄내는 파스텔 톤과 블루. 이렇게 이미지와 상징, 기호들이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내고 있는 것이다.

권 화백은 인터뷰에서 “색의 순도가 정제되지 않으면 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색채에 대한 이념이 2000년대를 전후하여 단순미가 주는 무기교의 기교로, 사람들 마음을 파스텔 톤으로 유혹하는 기법이 완성되는 시기이다. 그것은 온전히 그의 작품들이 베일에 싸인 듯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버려진 듯 자연의 은밀함을 풀어내는 권녕호 그림의 힘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감각적인 블루의 색채에 흥미를 보이지만 비어있는 그러나 결코 공간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 절대적인 여백의 미에 강력함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특히 공간의 단순한 배치, 모티브의 변형, 간결하고 생략된 형태미에서 권녕호 회화의 진정한 조형의 가치가 블루와 만들어진다.

자연의 오브제를 화가의 기도처럼 유연하고 섬세한 필치로,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가도 흔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권녕호 화백의 최근 작품은 더욱 서정적이고 화사하며 사유적인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고 평을 받고 있으며, 다 채우지 않은 캔버스의 여백에서는 감상자로 하여금 감성적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여지를 남겨준다. 권녕호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예술의 전당 음악당 및 프랑스의 데파르망 퓌드돔 뮤지엄, 생훌루르뮤지엄 등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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