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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의 시각적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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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요즘 같은 봄날 파릇파릇하게 피는 나무의 새싹과 만개한 꽃을 보면 기분이 한층 싱그러워진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들을 보며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올해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 돌 틈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를 보면 어느 것 하나 차별 없이 예쁘다. 외형적 특성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왜 아름다운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뾰족하게 언어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판단하는 정답은 없고 그것을 인식하는 개인들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 작품들을 알아가다 보면 어떤 작품은 조금 망측 하거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지만 작가 심연의 깊이감으로 인해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매끈하고 그럴듯한 형태로 시선을 빼앗지만 그 깊이는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개인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상상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떠한 궁극적인 목적을 떠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탐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존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술관을 탐미주의라고 불렀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의 기초를 만든 사상이다. 이 사상은 종교적인 메시지나 이야기 전달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경지로 올린다. 예술가들이 이러한 사상을 추구한 이유는 영국 19세기 중반 변해버린 사회적 분위기에서 연유한다. 정치적으로 귀족과 지주의 사회 계급이 사라지고 공업이 발달하면서 실용성을 중요시했다. 예술가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과 기계처럼 그리는 그림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매너리즘에 빠졌다. 이 후 예술과 합리주의적 사고가 양립 할 수 없다 판단했고 기계적으로 그리는 그림 스타일을 중단하며 예술의 미를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로 잡았다.


미국 출생 작가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는 순수 회화에서 이런 자율성을 시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순수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와 런던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풍경화와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빠져 있는 느낌도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그림 속 이야기나 이상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화려한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다. 대신 그가 배열한 색채의 덩어리감들은 우리의 시선을 계속 움직이게 하며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잔잔한 리듬감을 준다.


휘슬러는 음악을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훌륭한 예라고 언급했다. 음악은 우리의 뇌에 빠르고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가사가 없는 클래식은 우리에게 특정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음표들과 악기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선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음은 흘러가고 우리의 뇌는 그 선율이 만드는 파동을 느끼며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거친다. 휘슬러는 이런 음악의 특징을 찬양했고 순수 회화에서도 이러한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다고 믿었다.


휘슬러의 대표 초상화 작품인 <회색과 검은색의 배열 No. 1>은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휘슬러의 어머니 모습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운다. 어머니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으며 그 고요함은 무채색들로만 이루어진 색채의 배열들로 더 강조된다. 그림의 2/3을 차지하는 부분은 어머니이며 나머지는 검은색 커튼으로 구도를 잡았다. 가운데 넣은 검은 프레임의 그림과 작은 붓 터치로 만든 흰색의 장식들은 전체적인 균형과 중심을 잡아준다. 비교적으로 심플한 형태들과 세심하게 터치한 무채색의 톤들이 고요함과 정숙함을 보여준다. 마치 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 미친 존재감으로 빛이 나듯 이 작품은 휘슬러의 현대적인 심미안을 잘 보여준다.

 


휘슬러의 풍경화는 이보다 더 심플하고 추상적인 면모를 띠게 된다. 그는 전통 회화의 문법으로 알려진 원근법을 절대적으로 무시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색들을 세련되게 춤을 추 듯 표현한다. 요즘 우리가 특정 장소에 갔을 때 그 장소만이 주는 분위기와 향기로운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것처럼 휘슬러는 이러한 무드를 색채의 작은 변화로 만들어낸다. 


휘슬러의 대표 풍경화 <검정과 금색의 녹턴> 은 대중과 평론가로부터 엄청난 모욕을 받았고 그로 인해 손해 배상을 청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21세기에 보면 전혀 촌스러움이나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밤의 풍경을 표현한 방식이 매우 세련돼 놀라움을 준다. 원래 이 그림은 밤에 불꽃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리 듯 희미하다. 저 멀리 건축물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정확하게 얼마나 높은 건물인지, 어떤 형태 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휘슬러는 밤 하늘에 빛나는 불꽃놀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인상을 포착한 것이다. 그가 붙인 제목의 녹턴 (nocturne)이 말해주 듯 이 밤 풍경은 음악 녹턴의 음침하면서도 섬세한 선율과 닮아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아름다움을 보는 시야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휘슬러의 그림은 회화가 주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색의 부드러운 톤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는 너그러운 공간을 우리에게 준다. 귀가 열려 있고, 음악이 마음을 건드리는 섬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휘슬러가 전하는 회화의 탐미주의 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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