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0 (금)

  • 맑음동두천 1.0℃
  • 맑음강릉 8.6℃
  • 맑음서울 3.5℃
  • 맑음대전 2.0℃
  • 구름많음대구 4.6℃
  • 구름많음울산 6.8℃
  • 맑음광주 3.5℃
  • 구름많음부산 7.1℃
  • 맑음고창 0.0℃
  • 맑음제주 7.5℃
  • 맑음강화 5.5℃
  • 맑음보은 -2.0℃
  • 구름많음금산 -1.6℃
  • 흐림강진군 2.9℃
  • 구름많음경주시 6.4℃
  • 흐림거제 7.3℃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의 시각적 선율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요즘 같은 봄날 파릇파릇하게 피는 나무의 새싹과 만개한 꽃을 보면 기분이 한층 싱그러워진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들을 보며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올해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 돌 틈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를 보면 어느 것 하나 차별 없이 예쁘다. 외형적 특성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왜 아름다운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뾰족하게 언어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판단하는 정답은 없고 그것을 인식하는 개인들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 작품들을 알아가다 보면 어떤 작품은 조금 망측 하거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지만 작가 심연의 깊이감으로 인해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매끈하고 그럴듯한 형태로 시선을 빼앗지만 그 깊이는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개인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상상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떠한 궁극적인 목적을 떠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탐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존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술관을 탐미주의라고 불렀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의 기초를 만든 사상이다. 이 사상은 종교적인 메시지나 이야기 전달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경지로 올린다. 예술가들이 이러한 사상을 추구한 이유는 영국 19세기 중반 변해버린 사회적 분위기에서 연유한다. 정치적으로 귀족과 지주의 사회 계급이 사라지고 공업이 발달하면서 실용성을 중요시했다. 예술가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과 기계처럼 그리는 그림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매너리즘에 빠졌다. 이 후 예술과 합리주의적 사고가 양립 할 수 없다 판단했고 기계적으로 그리는 그림 스타일을 중단하며 예술의 미를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로 잡았다.


미국 출생 작가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는 순수 회화에서 이런 자율성을 시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순수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와 런던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풍경화와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빠져 있는 느낌도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그림 속 이야기나 이상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화려한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다. 대신 그가 배열한 색채의 덩어리감들은 우리의 시선을 계속 움직이게 하며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잔잔한 리듬감을 준다.


휘슬러는 음악을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훌륭한 예라고 언급했다. 음악은 우리의 뇌에 빠르고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가사가 없는 클래식은 우리에게 특정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음표들과 악기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선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음은 흘러가고 우리의 뇌는 그 선율이 만드는 파동을 느끼며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거친다. 휘슬러는 이런 음악의 특징을 찬양했고 순수 회화에서도 이러한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다고 믿었다.


휘슬러의 대표 초상화 작품인 <회색과 검은색의 배열 No. 1>은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휘슬러의 어머니 모습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운다. 어머니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으며 그 고요함은 무채색들로만 이루어진 색채의 배열들로 더 강조된다. 그림의 2/3을 차지하는 부분은 어머니이며 나머지는 검은색 커튼으로 구도를 잡았다. 가운데 넣은 검은 프레임의 그림과 작은 붓 터치로 만든 흰색의 장식들은 전체적인 균형과 중심을 잡아준다. 비교적으로 심플한 형태들과 세심하게 터치한 무채색의 톤들이 고요함과 정숙함을 보여준다. 마치 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 미친 존재감으로 빛이 나듯 이 작품은 휘슬러의 현대적인 심미안을 잘 보여준다.

 


휘슬러의 풍경화는 이보다 더 심플하고 추상적인 면모를 띠게 된다. 그는 전통 회화의 문법으로 알려진 원근법을 절대적으로 무시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색들을 세련되게 춤을 추 듯 표현한다. 요즘 우리가 특정 장소에 갔을 때 그 장소만이 주는 분위기와 향기로운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것처럼 휘슬러는 이러한 무드를 색채의 작은 변화로 만들어낸다. 


휘슬러의 대표 풍경화 <검정과 금색의 녹턴> 은 대중과 평론가로부터 엄청난 모욕을 받았고 그로 인해 손해 배상을 청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21세기에 보면 전혀 촌스러움이나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밤의 풍경을 표현한 방식이 매우 세련돼 놀라움을 준다. 원래 이 그림은 밤에 불꽃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리 듯 희미하다. 저 멀리 건축물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정확하게 얼마나 높은 건물인지, 어떤 형태 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휘슬러는 밤 하늘에 빛나는 불꽃놀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인상을 포착한 것이다. 그가 붙인 제목의 녹턴 (nocturne)이 말해주 듯 이 밤 풍경은 음악 녹턴의 음침하면서도 섬세한 선율과 닮아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아름다움을 보는 시야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휘슬러의 그림은 회화가 주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색의 부드러운 톤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는 너그러운 공간을 우리에게 준다. 귀가 열려 있고, 음악이 마음을 건드리는 섬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휘슬러가 전하는 회화의 탐미주의 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CJ프레시웨이 '푸드 솔루션 페어 2026' 개최..."O2O 기반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 제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CJ프레시웨는 B2B(기업간거래) 식음산업 박람회인 '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을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J프레시웨이는'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행사 일주일 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 개인 사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푸드 솔루션 페어는 식자재 상품 전시와 플랫폼 서비스 체험,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제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외식·급식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식자재 유통과 푸드서비스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체감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가 지난달 지분 투자한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식봄은 외식 사업

정치

더보기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기성 정치인들과 연계된 사업 전수조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저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청산, 심판, 적폐, 종식. 화려한 말들로 장식된 서울의 정치 속에서 정작 시민의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년이 떠나고 삶을 지탱하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이 꿈꾸기 어려운 도시다. 정치는 요란했지만 시민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김정철이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저력이 있는 도시다. 제가 그 기적을 다시 시작하겠다. 서울을 다시 성장의 도시로 만들겠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를 통해 뉴딜 수준의 산업 유치와 개발을 시작하겠다”며 “그동안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은 각각 '바이오 연구 및 교육특구', 'K-Culture 관광특구', '시니어 헬스케어특구'로 탈바꿈시켜 서울 북동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중랑천은 수변 감성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 성수동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까지 자전거와 러닝 전용 하이웨이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 가져라...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해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를 갖고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전황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원유와 일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비서실장께서 UAE(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매우 큰 성과다”라며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선 “민생 전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쟁 추경'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의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