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06 (화)

  • 맑음동두천 -5.0℃
  • 맑음강릉 0.0℃
  • 맑음서울 -3.4℃
  • 맑음대전 -3.2℃
  • 맑음대구 0.1℃
  • 맑음울산 -0.5℃
  • 맑음광주 -1.2℃
  • 맑음부산 2.3℃
  • 맑음고창 -1.6℃
  • 구름조금제주 4.6℃
  • 맑음강화 -4.2℃
  • 맑음보은 -6.0℃
  • 맑음금산 -4.2℃
  • 맑음강진군 0.3℃
  • 맑음경주시 0.0℃
  • 맑음거제 1.6℃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의 시각적 선율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요즘 같은 봄날 파릇파릇하게 피는 나무의 새싹과 만개한 꽃을 보면 기분이 한층 싱그러워진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앙상한 가지들을 보며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올해도 어김 없이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 돌 틈에서 자라나는 민들레를 보면 어느 것 하나 차별 없이 예쁘다. 외형적 특성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왜 아름다운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뾰족하게 언어로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아마도 아름다움의 가치를 판단하는 정답은 없고 그것을 인식하는 개인들만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 작품들을 알아가다 보면 어떤 작품은 조금 망측 하거나 어두운 메시지를 담지만 작가 심연의 깊이감으로 인해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매끈하고 그럴듯한 형태로 시선을 빼앗지만 그 깊이는 오래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데에는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개인의 자율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상상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예술가들은 예술이 어떠한 궁극적인 목적을 떠나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탐닉할 수 있는 영역으로 존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술관을 탐미주의라고 불렀으며 “예술을 위한 예술”의 기초를 만든 사상이다. 이 사상은 종교적인 메시지나 이야기 전달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경지로 올린다. 예술가들이 이러한 사상을 추구한 이유는 영국 19세기 중반 변해버린 사회적 분위기에서 연유한다. 정치적으로 귀족과 지주의 사회 계급이 사라지고 공업이 발달하면서 실용성을 중요시했다. 예술가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과 기계처럼 그리는 그림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매너리즘에 빠졌다. 이 후 예술과 합리주의적 사고가 양립 할 수 없다 판단했고 기계적으로 그리는 그림 스타일을 중단하며 예술의 미를 궁극적인 가치와 목표로 잡았다.


미국 출생 작가 제임스 에벗 맥닐 휘슬러는 순수 회화에서 이런 자율성을 시도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순수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와 런던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풍경화와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은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빠져 있는 느낌도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그림 속 이야기나 이상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화려한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다. 대신 그가 배열한 색채의 덩어리감들은 우리의 시선을 계속 움직이게 하며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었다 뺐다 하는 잔잔한 리듬감을 준다.


휘슬러는 음악을 “예술을 위한 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훌륭한 예라고 언급했다. 음악은 우리의 뇌에 빠르고 직접적인 자극을 준다. 가사가 없는 클래식은 우리에게 특정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음표들과 악기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선율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만든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음은 흘러가고 우리의 뇌는 그 선율이 만드는 파동을 느끼며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거친다. 휘슬러는 이런 음악의 특징을 찬양했고 순수 회화에서도 이러한 심포니를 연주할 수 있다고 믿었다.


휘슬러의 대표 초상화 작품인 <회색과 검은색의 배열 No. 1>은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앉아있는 휘슬러의 어머니 모습을 나타낸다. 이 그림은 ‘빅토리아 시대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리운다. 어머니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으며 그 고요함은 무채색들로만 이루어진 색채의 배열들로 더 강조된다. 그림의 2/3을 차지하는 부분은 어머니이며 나머지는 검은색 커튼으로 구도를 잡았다. 가운데 넣은 검은 프레임의 그림과 작은 붓 터치로 만든 흰색의 장식들은 전체적인 균형과 중심을 잡아준다. 비교적으로 심플한 형태들과 세심하게 터치한 무채색의 톤들이 고요함과 정숙함을 보여준다. 마치 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 미친 존재감으로 빛이 나듯 이 작품은 휘슬러의 현대적인 심미안을 잘 보여준다.

 


휘슬러의 풍경화는 이보다 더 심플하고 추상적인 면모를 띠게 된다. 그는 전통 회화의 문법으로 알려진 원근법을 절대적으로 무시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색들을 세련되게 춤을 추 듯 표현한다. 요즘 우리가 특정 장소에 갔을 때 그 장소만이 주는 분위기와 향기로운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것처럼 휘슬러는 이러한 무드를 색채의 작은 변화로 만들어낸다. 


휘슬러의 대표 풍경화 <검정과 금색의 녹턴> 은 대중과 평론가로부터 엄청난 모욕을 받았고 그로 인해 손해 배상을 청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 21세기에 보면 전혀 촌스러움이나 이질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밤의 풍경을 표현한 방식이 매우 세련돼 놀라움을 준다. 원래 이 그림은 밤에 불꽃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뿌연 연기가 시야를 가리 듯 희미하다. 저 멀리 건축물들이 희미하게 보이지만 정확하게 얼마나 높은 건물인지, 어떤 형태 인지도 분간하기 어렵다. 휘슬러는 밤 하늘에 빛나는 불꽃놀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인상을 포착한 것이다. 그가 붙인 제목의 녹턴 (nocturne)이 말해주 듯 이 밤 풍경은 음악 녹턴의 음침하면서도 섬세한 선율과 닮아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그림을 보는 안목이나 아름다움을 보는 시야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휘슬러의 그림은 회화가 주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색의 부드러운 톤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는 너그러운 공간을 우리에게 준다. 귀가 열려 있고, 음악이 마음을 건드리는 섬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휘슬러가 전하는 회화의 탐미주의 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시진핑 주석 정상회담...“2026년 한중관계 전면 복원 원년으로 만드는 계기”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해 한국과 중국의 협력 강화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며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도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서 주석님과 함께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며 “저와 주석님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중관계의 정치적 기반과 우호 정서의 기반을 튼튼히 쌓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수평적 호혜 협력을 이어가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라며 “아울러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한국과 중국이) 함께 모색하겠다. 번영과 성장의 기본적 토대인 평화에 양국이 공동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호 협력의 방향을 굳건히 수호해야 한다. 양국의 협력 동반자 관계가 건강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레저】 설경 속에서 즐기는 얼음 낚시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온 세상이 얼어붙는 겨울을 맞아 낚시 마니아들의 마음은 뜨겁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얼음 낚시의 계절이다. 낚시 축제에는 각종 이벤트와 먹거리,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레포츠와 문화행사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직접 잡아서 맛보는 송어 대표적인 겨울 관광 축제인 ‘제17회 평창송어축제’가 오는 2026년 1월 9일부터 2월 9일까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열린다. 지난 2007년 시작된 평창송어축제는 얼음낚시를 중심으로 겨울 레포츠와 체험, 먹거리, 공연이 펼쳐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겨울 관광 명소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시설 확충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번 축제에서도 송어 얼음낚시와 맨손 송어 잡기 체험이 대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추위에 대비한 텐트 낚시와 실내 낚시터도 마련되며 운영요원이 현장에서 도움을 준다. 낚시 외에도 눈썰매, 스노우래프팅, 얼음 카트 등 다양한 겨울 레포츠와 체험 콘텐츠가 마련돼 가족 단위 관광객과 젊은 층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축제장 내 회센터와 구이터에서는 직접 잡은 송어를 송어회,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새해의 목표는?
다사다난했던 2025년 ‘푸른 뱀띠의 해’를 보내고, 활력과 열정, 속도와 변화의 에너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새해는 개인에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며, 국가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큰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후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해 국정목표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와 123대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