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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존 컨스터블의 자연이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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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입춘이 지나면서 봄맞이가 분주해 지는 계절이다. 새 학기를 준비하고, 올해 목표달성을 위한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새로운 친구들,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린다. 2월은 다른 달보다 이틀 정도 모자란 달이라 더 분주하다. 꽃봉우리는 봄을 알리는 깃발에 응해 최대한의 영양분을 끌어와 봉우리를 틀 준비를 하고, 잠자던 나뭇가지들도 푸른 새순을 돋는 작업에 들어간다. 자연의 변화가 문 틈으로 들어오면 우리는 그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사실 농사를 업으로 삼거나 시골에 살지 않는 이상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면서 자연에 대한 감사함과 감각이 둔감해졌다. 수고스러움을 덜게 되는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막이 생겨 버린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추세이니 인간관계도 인스턴트 식의 편안함만 추구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19세기에도 산업 혁명 덕분에 삶의 질은 올라가고 편해졌지만 사람들간의 빈부 격차가 커지며 사회, 경제, 환경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이 생겨났다. 사실주의 작가들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착취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나 냉혹한 현실의 모습을 가감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추구했다. 한편 풍경화를 실질적인 모습으로 그리는 작가도 있었다. 예전부터 풍경화는 인기 없는 장르였으며 신화나 종교적 의미를 담는 그림 속 배경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 컨스터블(Jonh Constable)은 자신이 거주하던, 어찌 보면 촌스럽다고 여겨질 시골 풍경을 주제로 택했다.


존 컨스터블은 목가적인 풍경화 그림으로 잘 알려진 영국 출생 자연주의 화가다. 컨스터블의 풍경화가 사랑받아 온 이유는 그가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어지러운 도시와는 상반되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의 풀 내음, 정겨운 시골 냄새, 자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그의 대표작 <건초마차>는 영국 남동부에 있는 서퍽 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의 풍경을 보여준다. 목가적인 영국의 시골 풍경은 영국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이미지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큐레이터는 이 작품을 설명 할 때 작은 농담으로 시작한다. “당신이 영국인이라면 엄마 배에 작은 씨앗으로 생긴 순간부터 이 그림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당신의 DNA에 이미 새겨져 있어요. 이 그림을 알아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브렉시트(Brexit) 이후 당신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분간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요” 라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이 작품은 영국인의 뿌리이고 자부심이다.


<건초마차> 속 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분은 하늘이 뒤덮고 있으며 구름이 자욱하게 껴 있지만 파란 하늘이 살짝 보인다.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초더미를 실은 수레와 말이 얕은 강 냇물을 건너가고 있다. 수레 안에 한 남성은 낚싯대를 들고 있고 다른 남성은 건초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무거운 수레를 끌고 가는 검은색 말은 지쳤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으며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멈춘다. 빨래를 하는 여성도 보인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하루 일상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컨스터블은 구름을 제일 많이 그린 화가로 언급될 정도로 구름 습작 뿐 아니라 회화작도 많이 남겼다. 그는 풍경화에서 구름은 하늘의 자리를 잡는 요소가 아닌 풍경의 전체적 분위기와 무드를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햄스테드에 거주하는 동안 그는 100 여개가 넘는 하늘 풍경과 구름을 그렸다. 시간, 날씨, 계절에 따라 상이한 움직임으로 유유히 움직이는 구름들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1822년 9월 5일 오전 10시. 
북동쪽을 보고 있으며 서쪽에서 매우 상쾌한 바람이 
불고있다. 밝은 회색 구름이 하늘의 반정도 덮으며 
누런 강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오밍턴의 해안가에 매우 잘 어울리는 광경이다. 

- 존 컨스터블의 노트 -

 

 

 

 

요즘 어떤 이가 컨스터블처럼 자신이 온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자연의 섬세한 동작들을 시간을 들여 기록을 할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긴 하지만 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남기는 무수한 기록들과 화가가 붓터치로 남기면서 느끼는 구름의 잔상들이 비교가 될까 싶다. 컨스터블의 구름 연작에서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를 휘어잡는 단단한 힘과 그의 끈질긴 관찰력이 느껴진다. 


그림은 사진이랑은 다르게 주관적 상상을 더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기에 컨스터블의 그림은 매일 기계같이 사는 우리들에게 잠시 쉴 틈을 내어준다.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쉽사리 망각하기에 자연을 더 갈구하는 것 같다. TV 방송들도 연예인들이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고 우리는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그들을 보며 즐거움을 찾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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