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민경윤 칼럼니스트]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하는 <만성 B형간염 진료가이드라인>에 대해서 많이 연구해 보았다. 통상 의사 분들은 진료가이드라인이 정한 수치에 해당 되지 않으면 아직 괜찮다고 한다.
이것이 정말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간전문의가 치료의 최저 한계점을 지정한 것인지, 물어도 보고 자료도 찾아 보았다. 3년 전 미국 가서도 알아 보기고 했다. 심지어 인터넷에 단어도 찾아봤다.
결론은 다른 질병에는 진료가이드라인이 별로 없는데 유독 간질환치료에 대해서는 진료가이드라인이 있다. 간기능 검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치로 계량화’가 가능한 것이라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진료가이드라인이란 최적의 치료 시점을 정해 놓은 것 같다. 그 시점에서부터 치료하면 경제적 효율성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최대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확률적으로 볼 때 그 시점부터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최저 한계점일 수도 있다고 보고 건강보험공단에서도 그때부터 급여로 처방해주는 것 같다.
미국 등은 우리나라와 건강보험이 다르고 진료가이드라인 적용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즉, 치료의 최저점을 해석하는 긍정적인 생각과 처방에 대한 재량권이 넓어서 그런지 의사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진료가이드라인에 관계없이 예방차원에서 빨리 처방해 주는 것 같다. 미국도 진료가이드라인이 있다. 다만 정상 간수치가 우리나라는 40이내인데 미국은 ALT 남자 30, 여자 19이다.
미국은 내성 없는 비리어드가 나오고부터는 현재 간수치와 관계없이 DNA수치가 높을 때 미리 복용하면 간경변으로 진행도 안되고 간암발병 확률도 현저히 줄어든다는 최신 연구 자료에 의해서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많이 한다.
실제로 네이버카페에 가입되어 있는 재미교포들에게 물어보면 35세가 넘고 가족력이 있거나, e항원양성이고 DNA수치가 높은 경우, e항원음성인데 DNA수치가 검출되는 경우는 거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의료분쟁이 생기면 ‘왜 처방이 늦었냐? 그래서 환자가 악화 된 것 아니냐?’가 논쟁이 되는데, 여기서 진료가이드라인은 단지 참고만 되지 면책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미국은 의사의 처방권한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의사의 처방권한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가 우스개 소리로 의사인 친구들에게 진료가이드라인만 알면 나도 의사하겠다고 했다. 몇 년 전 대한간학회 주관 세미나에서 어느 교수가 “우리는 할 것이 없다고 심평원에서 다 정해주니까 그대로 하면 된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잘되어 있고 저렴한 진료비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반면 모순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의사에게 어느 정도 고유의 처방 권한을 주어야 하는데 그러면 바로 심평원에서 삭감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진료가이드라인은 의사와 환자 간에 의료분쟁이 생겼을 때 진료가이드라인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처방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일종의 면책성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B형간염의 경우 진료가이드라인에 해당이 안 될 때, 보통 진료하는 의사분들은 괜찮다고 하니까, 우리 환우들은 아무 이상이 없는줄 알고 안심한다.
그런데, 2015년 가이드라인에 보면 ALT수치가 간생검을 하였을 때 지속적으로 12~43%의 환자에서 2단계이상의 간섬유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나와 있고, 간생검을 하여 괴사염증이 있으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간생검도 쉽지 않다. 이렇게 ALT가 정상이어도 절대 안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간수치가 진료가이드라인의 정상치 이내라고 의사가 괜찮다고 안심하라고 해도 본인이 공부하고 판단하여 치료시점을 정해서 약을 복용하라는 것이다. 누차 얘기했지만 제가 절제수술하기 전에는 급여기준에 해당되는 간수치가 올라간 적이 없었고 초음파도 항상 거친간 소견 이상은 없었다.
제 선배도 S병원에서 19년 동안 명의라고 하는 교수에게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얼마전 간암 진단을 받고 절제수술하려고 검사해 보니, 이미 간경변으로 많이 진행되어 절제수술도 하지 못하고 고주파시술로 치료했다. 19년 동안의 정기검사에서 한번도 진료가이드라인 처방조건에 해당된 적이 없었고, 초음파로도 이상 없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 우리나라는 담당의사가 아무 책임도 없다고 하지만 미국 같으면 징벌적 손해배상 의료소송 들어갈 상황입니다. 최근 일부 의사들이 B형간염환자 진료를 안보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해당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진료가이드라인기준과 진료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모순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고, 저와 같은 사람이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2018년 간수치 ALT 남자 34, 여자 30으로 개정되었으나 아직도 적용이 안되고 있다. 이것만이라도 하루빨리 적용되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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