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25 (화)

  • 흐림동두천 6.3℃
  • 흐림강릉 10.2℃
  • 연무서울 8.0℃
  • 천둥번개대전 7.7℃
  • 흐림대구 10.2℃
  • 연무울산 14.6℃
  • 광주 7.9℃
  • 연무부산 14.6℃
  • 구름많음고창 10.1℃
  • 구름많음제주 13.5℃
  • 구름많음강화 7.6℃
  • 구름많음보은 8.2℃
  • 구름많음금산 9.9℃
  • 구름많음강진군 10.5℃
  • 구름조금경주시 12.8℃
  • 구름조금거제 14.5℃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82세 거장 '윤석남'이 들려주는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삶

URL복사

학고재에서 3년만의 개인전 <싸우는 여자들>전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등 14인 채색화·드로잉
채색초상화와 설치작품으로 여성독립운동가 추모

 

도전은 늘 아름답다. 무모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날개를 다는 인간의 초월성을 볼수 있어서다.
올해 우리나이로 83세, 만으로 82세의 윤석남 작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로 손꼽히는 그가 10년전부터 아크릴을 벗어나 채색화를 시작하더니 드디어 본궤도에 오른 채색 초상화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그린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에서 17일부터 4월 3일까지 선보이는 개인전 〈싸우는 여자들>展이 그 현장이다.

손이 떨릴 법도 한데, 정교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채색 초상화로 남성들 사이에서 이름조차 없이 스러져가고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살려낸 점은 또다른 기념비적 의미를 갖는다.


서양미술 재료를 썼던 그가 어떤 동기로 한지와 분채를 쓴 채색화로 독립운동가들을 그리게 됐을까.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


“정면을 응시하는 윤두서 자화상의 당당한 눈빛에 매료됐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어요. 여성의 시선을 드러내는 채색화를 그리자고 마음 먹었어요.”


윤석남은 그때부터 그동안 미술재료로 써온 서양화 재료를 버렸다. 채색화를 그리며 과거의 복식 등을 참고하고자 한국의 초상화를 모은 책을 구입했다. 일제강점기에 그려진 책이었는데 방대한 분량 속 여성의 초상은 가장 뒤편에 이름도 없이 단 두점 실려 있는 거였다.


“그걸 보면서 왜인지 울화가 치밀었다”는 윤석남은 “그때 이제부터 어려운 시대, 나라를 위해 싸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윤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을 보면서 '왜 목숨을 바쳐서까지 독립운동을 했을까? 나라면 목숨을 바쳤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남은 인생을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그리는데 바치기로 결심했다는 그는, 그중 먼저 14인(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의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를 완성했다. 그리고 3년만의 개인전이 탄생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도 아깝게 여기지 않고 남성 못지 않게 싸웠으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김이경 소설가와 함께 준비했다. 김이경은 기록과 문헌을 바탕으로 14인의 독립투쟁을 소설 형식으로 각색하고 소개하는 글쓰기 작업을 맡았고, 윤석남은 김이경의 글을 참고해 그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심한 고문으로 인해 생전에 한복 저고리를 입으면 좌우 저고리 길이가 달랐다는 김마리아 (1892~1944), 아기 궁녀 출신의 독립운동가로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아내 박자혜(1895~1943), 87세에 회고록을 남긴 정정화(1900~1991), 혈서를 쓰기 위해 단지(斷指)했던 남자현(1872~1933) 등 나이도 집안도 출신지도 다르지만 모두 대한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애국 여성들이었다.

 

윤석남은 17일 학고재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사하면서 떠오른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초상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 연작과 함께 대형 설치 작업도 보였다. 또 김이경 소설가의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한겨레출판, 2021)도 빛을 보았다.

 

학고재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박자혜의 초상을 만난다. 아기 나인 출신으로 알려진 박지혜는 한일합방 후궁에서 나와 근대교육을 받고 총독부의원의 간호사가 되었다. 이후 1919년 3·1운동 당시 간호사로서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민족적 울분을 느꼈다.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했고, 만세 시위의 동맹파업을 시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 사학자, 언론인이었던 신채호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되었으나 대중에게는 그 이름이 아직 낯설다. 박자혜의 초상 왼쪽 위에는 신채호의 초상화도 함께 있다. 손에 든 것은 남편의 유골함이다.

 

전시장 중앙 벽에는 김마리아의 기개 넘친 초상화를 만나게 된다.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널리 신망 받은 인물이다. 3·1운동을 일으키는 데 적극 가담하였으며 체포 후 극심한 고문을 겪어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1944년 투병 끝에 숨을 거둘 때까지 독립에 대한 열망과 민족의식을 잃지 않았다. 1962년 그의 업적을 기리는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김마리아 초상은 마치 만세를 부르는 듯 당당한 몸짓이다. 황해도 장연 출신인 김마리아는 일본 유학중 2.8독립선언에 참여한 뒤 선언문을 기모노 속에 숨겨 국내로 들여와서 3.1운동을 일으키는 데 적극 가담했다.
또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을 맡아 임시정부에 자금을 전달하고 조직을 확대하던 중 동지의 배신으로 검거돼 혹독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선생은 대한민국애국부인회 사건 심문과 재판 진술 중에 "너는 언제부터 조선의 독립을 생각해 왔는가"라는 심문에는 "한시도 독립을 생각하지 않은 일이 없다” 라고 진술했다.  또 "여자가 어째서 남자들과 함께 운동을 했나”라는 심문에는 "세상이란 남녀가 협력해야만 성공하는 것이다. 좋은 가정은 부부가 협력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당당히 진술했다.


윤석남 작가가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연작 중 제일 처음 그린 작품은 정정화 초상이다. 독립자금을 마련해 상하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3번이나 체포되기도 했던 정정화는 87세에 회고록을 냈다. 그는 담이 크기로 조자룡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남자현은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캐릭터다. 양반가의 딸이었던 남자현은 투쟁 활동도 많이 했다. 암실 시도를 위해 가던 중 배신자의 신고로 체포되었다.
'백마 탄 여장군' '조선의 잔다르크'로 불렸던 김명시 장군 (1907~1949) 초상화도 눈길을 끈다. 마산 출신으로 어머니의 항일 정신에 영향을 받았던 김명시 장군은 중국에서 조선의용군 화북지대에 합류해 최전방에서 항일무력투쟁을 펼쳤으나 1949년 10월 유치장에서 목맨 시신으로 발견된 인물이다.  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19017~1988)은 멋진 비행사 차림으로 작품화되었다.


'붉은 방'은 여성 독립운동가 추모의 공간

 

학고재 본관 안쪽 방에 들어서면 대형 설치적인 붉은 방 (2021)을 만난다. 윤석남은 '핑크 룸 (1990~2018), 블루룸 (2010-2018) 등의 방' 연작을 꾸준히 제작해 왔다. 그중 붉은색 종이를 활용한 붉은 방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열망을 상징하기 위하여 붉은색을 선택했다.


종이 콜라주 850여 점과 거울 70점이 전시 공간의 세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종이 콜라주는 작업 초기에 그려둔 200여 가지 도상을 바탕으로 수작업한 것이다. 밑바탕을 그리고 가위로 오려낸 후 두 장의 한지를 맞대어 붙이는 방식으로, 수행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공간 내부에 자리한 50여개의 나무 조각에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을 추상화해 그려 넣었다. 각기 다른 표정과 몸짓을 한 나무 조각들은 옛 마을 어귀의 장승 무리를 연상시킨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모하는 공간인 셈이다.


남은 인생은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 초상에 매진


윤석남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주체의 삶을 드러내는 예술에 반평생을 바쳐온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아'와 '여성', '어머니'에 대한 탐구를 계속했다. 작가의 어머니, 치열한 삶의 현장의 기층 여성 노동자들, 현실 세계의 이성에서부터 허난설헌, 최승희, 김만덕, 바리공주 등 역사와 설화 속 인물에 이르기까지, 40년 동안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상상력에 기반해 폭넓은 스펙트럼의 여성상을 그려왔다.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막한 이번 전시 중 온라인에서는 14인의 채색화와 연필 드로잉, 설치 작품인 '붉은 방' (2021) 외에 본관 전시 및 김이경 소설가의 책에 포함되지 않은 오광심, 이병희, 조신성, 김향화, 동풍신, 부춘화, 윤희순, 이화경 등 8인의 초상을 학고재 오룸(OROOM, online.hakgojae.com) 온라인 전시 공간에서 추가로 선보이고 있다.


윤석남은 “힘 닿는 데까지 남은 힘을 다해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을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자료가 많지 않기에 이번 전시에도 작가적 상상력을 많이 동원해야 했다. 윤석남은 남아 있는 사진 자료를 참고해 얼굴을 묘사하고, 각 인물의 생애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배경과 몸짓을 구상해 그려 넣었다.

 

작가는 제일 먼저 작은 사이즈로 얼굴 드로잉을 하고 인물의 특성을 파악한 뒤에야 원본 크기의 초본을 만들어 한지에 옮기고 채색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얼굴 드로잉과 소형 초상이 대형 초상화와 나란히 전시되어 초상화의 제작과정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인물의 손은 크고 거칠게 표현했다. 살아온 삶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신체 부위가 손이라고 생각해서다.

 

윤석남은 "자립적인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투박한 손이 작고 고운 손보다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여성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을 완성하겠다”고 한다. 그는 이 초상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민족과 국가가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자립'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묻고 있다.

 

세상은 크게 변했지만 동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물음은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서 채색화의 기법을 독창적인 어법으로 한 단계 발전시켜 그 물음에 다가가고 있다.

 

김현주 교수(추계예술대학)는 "서양화와 동양화라는 애매한 경계선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한국미술계에서 윤석남의 채색여성초상화는 둘의 경계 짓기 자체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집에서도 가히 도전적이다"고 평한다.


마흔에 시작한 미술, 도전은 영원한 과제

 

윤석남은 미술을 시작했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나이 마흔 언저리에 미술 비전공자로 어느날 갑자기 개인전을 열며 국내 화단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 그림을 시작했던 거다.


1939년 만주 출생인 그는, 36세쯤 '이렇게 계속 가정주부로만 살수는 없다'는 자각이 들었단다. 그리고 43세이던 1982년 서울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 센터, 아트 스투던트 리그에서 공부했다. 1985년 여성 작가 김인순, 김진숙과 함께 '시월 모임'을 결성하여 여성신문 창간에 참여하고, 여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후 거의 매년 한국, 일본, 중국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쳤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와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했다. 2018년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내셔널포트레이트갤러리에서 개최한 <세계의 초상화들: 한국(Portraits of the World:Korea)(2018~2019)에 작품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1996년, 여성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제8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7년에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동시대 주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제29회 김세중조각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여성주의 문화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테이트 컬렉션(영국),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아르코미술관(서울) 등 국내 주요 국공립 미술관과 퀸즈랜드 미술관(호주 브리즈번), 오리건주립대 조던슈니처미술관 (미국 오리건), 타이베이 시립미술관(타이베이), 후쿠오카시 미술관(일본 후쿠오카) 등 해외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민의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헌법 대놓고 위반...더불어민주당은 사법파괴 멈춰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25일 국회에서 논평을 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헌법 제27조 ‘법률이 정한 법관’ 규정과 제101조 ‘법원의 각급 법원 조직’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 또한, 오직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한 헌법 110조와도 충돌한다”며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뜻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임의의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진다면 그 자체가 사법의 정치화이고 헌법이 보장한 재판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답을 정해 놓고 원하는 판결을 내놓으라는 협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1조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제2항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고, 제110조제1항은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에 충고한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도시정책의 핵심 엔진··· 계획·집행·관리 신속히 추진해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김원태 의원(송파6, 국민의힘)은 24일 도시공간본부 예산안 심사에서 “신속통합기획은 서울 도시정책 전반을 견인하는 핵심 엔진”이라며 “대상지 확대 흐름에 맞춰 기획·집행·관리 전 과정을 정교한 시스템으로 신속히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심사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과 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실무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기획의 속도와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운영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2025년 11월 기준 신속통합기획 집행률이 52%에 머물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원인행위가 연말로 집중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기획과 집행 간 간극을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신속통합기획은 초기 계획과 신속한 집행이 맞물릴 때 비로소 성과가 극대화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도시공간본부장은 “집행관리 강화를 통해 불용·잔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신속통합기획의 추진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대기업판매부지 도시계획 수립 용역과 관

문화

더보기
판소리로 읽는 한국 근대소설 대표 작가 현진건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서울남산국악당의 상주단체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신작 ‘판소리 쑛스토리 III : 현진건 편’ 공연이 오는 12월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가 선보여온 단편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다. 앞선 두 번의 시리즈가 프랑스의 대문호 모파상의 단편을 1인극 판소리로 선보였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이자 한국 근대소설의 지평을 연 현진건의 작품을 판소리 언어로 풀어낸다. 소리꾼 박인혜가 작창·극본·연출을 맡아 최인환 음악감독과 함께 풍부한 이야기와 섬세한 음악으로 관객을 현진건의 작품 세계로 이끌 예정이다. 공연에서는 현진건의 대표작 △운수 좋은 날 △그립은 흘긴 눈 △정조와 약가 3편을 1인극과 다인극 형식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박인혜, 이예린, 황지영, 이해원 등 네 명의 소리꾼이 홀로 혹은 함께 소설 속 각 인물의 삶과 비극, 욕망, 사회적 균열을 판소리로 읽어낸다. 현진건의 소설 속 인물들은 때론 비극적이면서도 한심하고, 때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근대적 개인의 초상을 보여준다. ‘판소리 쑛스토리 III : 현진건 편’은 그들의 얼굴 속에서 ‘오늘을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