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상현 기자] 1월 7일 새해 처음 문을 연 서울중앙법원 입찰법정, 지난해 12·16대책 이후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인기를 얻는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법원 경매 시장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같은 강남권 아파트라도 9억 원을 훌쩍 넘는 고가 주택엔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9억 원을 밑도는 아파트는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입찰법정엔 겨울비 속에도 60여 명이 자리했다. 백발 노인부터 젊은 여성까지 다양했다. 이날 경매에 붙여진 27건(토지, 주택, 상가 포함) 가운데 입찰이 이뤄진 건 8건으로 종로구 구기동과 평창동, 서초구 양재동 토지 등이 차례로 단독 입찰자의 손에 넘어갔다.
이어 서초구 서초동 서초4차현대아파트 물건에 10명이 응찰했다는 집행관 발표가 나오자 법정은 술렁였다. 이날 나온 최대 경쟁률로 지난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 평균 경쟁률(5.8:1)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이 물건은 2000년에 준공된 160가구 단지 내 위치한 9층 전용면적 52㎡로 이번에 처음 경매시장에 나왔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감정가가 7억1,300만 원으로 매겨졌지만, 같은 해 12월 이 단지의 전용 64㎡ 매물이 15억 원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세는 감정가를 훌쩍 넘을 것이란 계산에 응찰자가 쏠린 것이다.
실제로 최고가는 9억6,888만 원으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35.9%에 달한다. 2·3위 응찰액도 9억 원을 넘었다. 감정가에서 2억 원 넘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낙찰 받으려 한 이들끼리 경쟁했단 얘기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응찰자들이 관리비 미납금, 양도소득세 등을 내고도 차익 실현이 가능해 1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종로구 옥인동 단독주택(감정가 44억1,282만 원), 서초구 신원동 힐스테이트서초젠트리스(17억2,000만 원) 등 나머지 고가 주택은 줄줄이 유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처럼 경매로 얻은 아파트도 9억 원이 넘으면 대출규제가 강해졌기 때문에 고가 주택은 올해 응찰자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주거시설의 인기는 양극화 양상을 띠었지만 상가는 올해도 하나같이 고전했다. 이날 경매에 붙여진 상가점포 모두 새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2018년 12월 2,300만 원에 나온 밀리오레 점포는 최저 입찰가가 247만 원, 감정가의 11%까지 떨어진 상태다. 6차례 유찰 후 603만 원에 매각됐지만 낙찰자가 돈을 내지 않아 재경매에 붙여지면서 이번까지 10차례나 유찰됐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9년 주거시설 평균 낙찰가율은 81.2%로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8~11월 100%를 넘었고, 12월도 98%로 마감했다.
반면,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은 59%로, 전년 대비 8.6%포인트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