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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 '빛의 벙커', 반 고흐· 고갱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선보여

‘빛의 벙커’, 반 고흐전, 12월 6일~2020년10월 25일
‘폴 고갱’ 몰입형 미디어아트 작품, 세계 최초로 선보여
문화기술 기업으로 거듭난 ㈜티모넷의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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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화순] 개막전시 '클림트 전'으로 55만명의 유료관객을 기록한 ‘빛의 벙커’(제주 성산)가 5일 오후 ‘빛의 벙커:반 고흐’展을 개막했다. 

'과연 어떻게 구성했을까?' 기대감 속에 들어선 전시장.  30년전에 비밀스러운 국가기간 통신시설이었던  이곳의  27개의 기둥과 수많은 넓은 벽면들에는 고뇌의 삶을 살아낸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강렬한 삶이 드라마틱한 영상으로 되살아났다.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재구성된 전시는 반 고흐의 작품전(32분), 폴 고갱전(10분)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디렉터로 참여해 협업한 이 전시는, 명화의 이미지를 공간의 수많은 벽면에 쏘고 또 다채롭게 연출한데다가 귀도 즐겁게 해준다. 



'빛의 벙커' 전시장 크기는 길이 100m, 높이 5.5m, 면적 3000㎡.  90개의 고화질 빔 프로젝터가 벽면은 물론, 전시장 바닥까지 반 고흐의 작품을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투사하고, 69대의 스피커에서는 웅장하고 열정적으로, 때론 황홀하고 달콤하게, 또 쓸쓸한가 하면 서정적인 음악이 흐른다. 귀에 익은 '솔베이지의 노래', '사계'  와 같은 클래식과 재즈음악 등이 흘러나와 전시장을 압도한다. 

  


축제 같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현장은 프랑스 컬처스페이스사가 2009년부터 개발해 온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기술인  ‘아미엑스’(AMIEX)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아미엑스(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란 역사(驛舍),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발전에 따라 도태되는 장소에 프로젝션 맵핑 기술과 음향을 활용한 전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다. 


100여 개의 프로젝터와 수십 개의 스피커를 설치해  각종 이미지와 음악을 통해 완벽한 몰입형 전시를 제공하는 이 마이엑스 기술 덕분에 관람객은 거장의 회화세계를 자유롭게 거닐며 작품을 시각, 청각,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와의 만남


반 고흐는 37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10년간 2천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이번 빛의 벙커 전시에는 반 고흐의 대표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1885)', '해바라기(Sunttowers, 1888),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1889)', '아를의 반 고흐의 방(Bedroom at Arles, 1899)' 등이 벙커 벽에서 재탄생된다.  


빛과 그림자의 끊임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반 고흐의 대담한 색 사용과 독창적 스타일로 해석된 구름과 태양, 그리고 자화상이 되살아난다. 


한편 주제별 여정은 반 고흐의 삶의 각 단계와 뉘넨 (Neunen), 아를(Arles), 파리(Paris), 생래미 드 프로방스(Saint Remy de Provence), 그리고 오베르 쉬르 우아즈 (Auvers-sur-oise) 등에서의 흔적을 따라 이루어진다. 관람객들은 초기 작품에서부터 전성기에 완성된 작품까지, 그리고 풍경화와 야경에서부터 자화상과 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 고흐 작품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다.


지안프랑코 이안치 (Gianfranco lannuzzi), 레나토 가토(Renato Gatto), 마시밀라노 시카르디(Massimiliano Siccardi)가 연출한 시각 및 음향 프로덕션은 반 고흐의 팔레트 색채의 풍부함과 작품의 생명력, 물감의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임파스토(impasto) 기법을 더욱 강조한다.



'반 고흐전'은 800점 이상의 회화와 1천여점의 드로잉 작품을 토대로 구성됐다. 전시 도입부는 반 고흐의 회화 세계를 자유롭게 거닐면서 시각·청각 등 공감각적으로  쏟아져내리는 명작 이미지와 음악의 세례를 받게 된다.  작품들이 전시관 전체를 3D 영화처럼 흐르면, 관객은 어느새 반 고흐의 명작들 속에서 유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시퀀스는 알프스에서 생레미(Saint-Remy)까지 프로방스의 중심에서 시작된다.  ’씨뿌리는 사람(Sower at Sunset, Arles, 1888)'에서는 프로방스의 햇빛이 캔버스를 넘나들고, 벙커의 벽과 바닥 전체를 빛으로 가득 채운다. 밀밭은 다채로운 푸른색으로 덧칠해지고, 하늘은 노란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반 고흐의 초기 작품 중 북부지방 풍경의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색조로 농민의 가혹한 일상을 다룬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1885)’, 프로방스로 돌아온 후 완성한 7개의 정물화 시리즈중 대표작인 ‘해바라기(Sunflowers, 1888)', 반 고흐가 조카 빈센트 빌럼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말년에 그린 ‘꽃피는 아몬드 나무(Blossoming Almond Tree, 1890)'를 만나는 것도 반갑다.


 

 

아를에서 그린 작품들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빛을 작품에 사용하는 기법을 보여주는 ’밤의 카페 테라스(Cafe Terrace at Night, 1888)', ‘노란집(The Yellow House, 1888)', 그리고 ‘마를의 반 고흐의 방(Bedroom at Arles, 1888)' 등이 있고, 이어 많은 사람들의 초상화가 나타난다.

 

반 고흐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이프러스 올리브 나무의 모티브가 벙커 내부를 가득 채우는가 하면, 자연을 통해 느낀 아름다움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 1889)’은 수천개의 별을 전시장 아래로 쏟아내는 듯 하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Wheat Field with Crows, 1890)' 부분에서는 반 고흐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느낄 수 있다. 그의 고뇌하는 영혼이 격정적인 붓터치와 강렬한 색상으로 표현된다. 전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화폭에 담은 풍경화로 마무리된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밀밭 위를 나는 까마귀 떼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캔버스를 가득 덮는다.


반 고흐의 자화상은 만개한 아몬드 나무 한가운데서 다시 나타나 전시공간을 가득 채운다. 재탄생과 새롭게 발견된 생명력, 지속적이며 시대를 초월한 예술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하다.

 


폴 고갱과의 만남

 

반 고흐 전시가 끝나 아쉬움에 젖을 무렵,  만나는 폴 고갱(1848-1903)은 반갑기 그지 없다.  반 고흐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영향을 주고 받았던 고갱의 작품은 10분간 이어진다. 예술가의 상징성과 내면성, 비자연주의적 경향을 ‘섬의 부름’ ‘폴 고생:예술에 대한 사랑’ ‘브르타뉴 섬을 오가며’ 등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1898’ ‘Breton Girls Dancing, Pont-Aven(1888) 등의 작품과 함께 고갱이 타히티에서 만난 원주민들의 건강한 인간성과 열대의 밝고 강렬한 색채, 강렬한 고갱 특유의  예술세계를 만나게 된다. 

고갱과의 만남은 관객 스스로 '어디서 왔으며, 누구인지, 또 어디로 갈것인가' 를 자문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미디어아트 전시관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

 

전시관 '빛의 벙커'는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로 비밀 벙커였다. 축구장 절반 정도인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되었던 곳이다. 현재 ‘빛의 벙커’ 내부에는 넓이 1㎡의 기둥 27개가 있고, 연중 16°C의 쾌적한 온도 속에 방음을 유지하고 있다.

 

'빛의 벙커'의 탄생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모넷(TMONET)이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레보드프로방스에 들어선 '빛의 채석장'과 파리의 '빛의 아틀리에'를 접한 후 국내 도입을 추진해 컬처스페이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프랑스 이외 지역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클림트전'을 개막 전시로 오픈했다.

 


㈜티모넷의 박진우 대표는 “우리 전시에는 아트디렉터, 이미지 디렉터, 뮤직 디렉터 등 다양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정적인 전통적 전시들과 차별화된 동적인 몰입형 멀티미디어를 지향한다”면서 “‘클림트전’으로 빛의 벙커를 오픈한 이후 5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은 물론, 문화예술 도시재생 장소로 모두 좋아해주셨다. 세계3대 디자이너 상도 수상하는 등 좋은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통 해외 전시를 가져올 때는 컨텐츠를 그대로 가져오지만, ‘빛의 벙커’는 공간이 완전히 다른 만큼, 제작을 다시 한다”면서 "앞으로 김창렬, 이중섭 등 국내 작가들의 컨텐츠로도 몰입형 멀티미디어를 만들어 국내외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총괄본부장은 “빛의 벙커 전시는 미술 기반의 시각예술이자 음악이 결합된 공연예술이기도 하다"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전시에서 주인공이 작품이라면 ‘빛의 벙커’의 몰입형 전시는 관람객이 주인공이 되는 21세기 미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음악평론가 장일범씨도 참석해 “반 고흐의 삶의 여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바로크시대 음악, 미니멀리즘 음악, 재즈 음악 등을 작품별로 다채롭게 선곡해 더 큰 감동과 몰입감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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