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찬반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 ‘대권 잠룡’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이 비판 측에 의해 재발굴되면서 적절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12년 3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우리들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 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일반 서민은 어차피 출세할 기회가 없을 테니 개천에서 미물처럼 작은 행복이나 느끼고 살아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비판했다. 마치 아랫사람을 훈계하면서 계급주의를 당연시하는 조선시대 양반 마인드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 조 후보자의 행보는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세금 체납이 드러난 사학재단(웅동학원) 집안 출신으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것으로 알려진 조 후보자 본인은 정작 ‘용’이 되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조 후보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이 맞붙은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 유세에 동참하는 등 폴리페서(polifessor. 현실정치 참여 교수) 성향을 뚜렷이 했다.
2012년 12월 3일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춥다 문 열어!’ 광화문콘서트에서 연단에 올라 문 후보와 손을 맞잡으며 문 후보 승리를 다짐했다. 같은 달 6일에는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의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 문 후보와 악수했다.
앞서 10월 30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의 ‘새로운 정치를 위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의 대담’에서는 “민주당이 정치쇄신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는 같은 해 3월 27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연단에 올라 문 후보 등과 손을 맞잡았다.
18대 대선이 박근혜 후보 승리로 끝나면서 ‘승리의 꿈’은 사라졌지만 조 후보자는 19대 대선에서도 개근했다. 그는 2017년 4월 27일 경기 성남 야탑역 광장에서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유세 등에 동참해 문 후보 당선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일련의 유세 참여에서 조 후보자는 문 후보에 대한 ‘90도 인사’로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그는 문재인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면서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문 후보 승리를 위한 갖은 노력 끝에 ‘용’의 반열에 올랐다.
자식사랑인가, 내로남불인가
조 후보자의 ‘개천 용’ 주장은 그의 ‘자식사랑’과 관련해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조 후보자는 평소 고교등급제를 예로 들면서 사교육, 특수목적고를 맹비난해왔다. 그는 2007년 4월 22일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지역·계층 균형선발제가 먼저다’ 제하 칼럼에서 “특목고를 우대하는 사실상의 고교등급제는 일부 사립대를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외면하면서 삼불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명문대학은 이기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막상 자신의 딸은 외국어고등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시켰다. 아들은 한영외고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유학보냈다. 그는 2010년 12월 6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해명했다.
이 발언으로부터 불과 약 2년 뒤 조 후보자는 트위터에서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며 ‘붕어·개구리·가재론’을 설파했다. 그의 자녀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자신은 ‘잠룡’이 됐다.
사법개혁 의지인가, 측근정치인가
조 후보자의 ‘개천 용’은 문 대통령 입장과 정면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중심경제, 혁신적포용국가는 공정경제를 토대로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개천 용’ 주장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회전문인사’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조 후보자를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장관에까지 임명한 건 사법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 때문인지, ‘측근정치’의 전형인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불거진다.
조 후보자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관련 처벌 이력에 대해서는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개천 용’, ‘내로남불’ 논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근래 시작된 서울대 ‘최악의 동문’ 설문조사에서 조 후보자는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잠룡이 된 조 후보자가 붕어·개구리·가재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을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