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폐업 위기 처한 소상인들
불매운동 화살은 라멘, 사케 등 일식(日食)을 취급하는 영세업체, 프랜차이즈에도 겨눠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에 겹쳐 불매운동 타깃까지 된 이들은 폐업, 종업원 감축을 고려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많은 업체는 ‘우리는 일본 회사가 아닙니다’ 등 문구가 적힌 입간판을 설치하고 손님 유치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 급감은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의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프랜차이즈 점주는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매운동 지지 문구, 음료 서비스를 내걸었다”고 말했다. 라멘, 일본식 우동 등 다른 메뉴를 다루는 일식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 사케 등 일본 전통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줄었다. 일식 재료는 대부분 국산이라 불매운동은 일본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한 반면, 오히려 폐업, 종업원 해고 등 우리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나마 한국인 운영 업체임을 내세울 수 있는 일식업체들에 비해 미니스톱 등 일본 브랜드 편의점 점주들 상황은 한층 암울하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가 일본에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미니스톱의 경우 최대주주는 지분 96.06%를 보유한 일본 최대 유통사 이온(Aeon)그룹이다. 나머지 3.94%는 전범기업인 미쓰비시(三菱)가 갖고 있다. 때문에 미니스톱은 일본 브랜드 편의점 중에서도 특히 불매운동에 직격당하고 있다.
미니스톱은 8월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기로 하는 등 여파를 벗어나 보려 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는 피하지 못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7월 1~24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38.2% 급감했다.
덩달아 가맹점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설상가상 일본 맥주는 본사로의 반품까지 불가능하다. 3년째 서울에서 일본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한 한 점주는 “본사는 일본 맥주 행사 취소해서 이미지만 챙기고 점주들은 재고 때문에 눈물 흘린다”고 말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불매운동과 관련해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근거가 있는 곳을 찾아 불매운동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기업들은 당장 생존을 생각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쫄지 말라고 말만 하면 기업들 경쟁력이 살아나는가”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일본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극일(克日)”이라고 강조했다.
‘샤이재팬’ 나선 일부 소비자들
이러한 불매운동의 모순 앞에 일부 소비자들은 조용히 일본 상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샤이재팬(Shy Japan)’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일본 문화를 즐기는 대신 주변에 이를 알리지 않는 형태의 새로운 소비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일식의 경우 집에서 홀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본 국적 연예인의 경우 콘서트나 팬사인회 참가 인증샷을 SNS에 올리지 않는 성향이 팬들 사이에서 증가 중이다. 샤이재팬이 불매운동 앞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부 골목상권, 문화계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