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1.02 (일)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문화

[이화순의 아트&컬처] 죽어서 고국 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URL복사

5월19일까지 학고재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전
“꼭 고국에 가라‘던 호랑이 사냥꾼 조부의 당부, 사후에 성사
레핀대학 수석졸업 후 레핀대학과 평양대학 교수로 활동
'동판화는 렘브란트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이화순의 아트&컬처] 한국근현대사의 비극 속에서도 예술은 영원하다. 

분단의 비극이 낳은 정치적 이유로 인해 한국 미술사에서 지워진 화가. 평생 한국식 이름을 고수하고 조국을 그리워했으나 끝내 환영받지 못했던 러시아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邊月龍 1916-1990). 5월 19일까지 서울 경복궁 맞은 편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 전시의 주인공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확 띄는 그림 두 점이 있다. 한 점은 ‘자화상’(1963, 유화). 따스한 마음과 성격이 좋아 사람들과 즐겨 어울리며 인물화를 숱하게 그린 작가가 본인의 초상화는 딱 한점, 그것도 미완성인 채 남겨놓은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특히나 뭔가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입술에 남겨 놓은 채 슬픈 눈과 표정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변월룡은 북한으로부터 숙청을 당하게 되고 10여년간 고국에 갈 수있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더 이상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화상’에 당시의 고독과 쓸쓸함, 절망으로 무너진 심정이 엿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또 그가 어머니 사후 40년이 지나서 어머니가 그리워 그렸다는 인물화 ‘어머니’(1985,유화)는 한쪽 눈이 찌그러지고 막 울긋 같은 주름지고 백발이 성성한 한복 차림의 어머니 모습이다.

평생을 경계인으로 살았던 화가는 어머니 생전에 좀더 효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회한, 자신의 정체성이자 뿌리인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작품화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중략)’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제일 좋아해 푸시킨의 고향 풍경까지 그림 그렸던 그에게 푸시킨의 시(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애창시였다. 삶이 안겨 주는 슬픔과 우울을 담담하게 인내하라고 당부하는 푸시킨을 통해 변월룡 화백은 많은 위로를 받았음직하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유랑촌서 유복자로 출생  

러시아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은 연해주 쉬코토프스키 구역의 유랑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호랑이 사냥꾼인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그는, 깡촌 중의 깡촌에서 자랐지만, 26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최고 미술대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이하 레핀미술대학)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하고 모교의 대학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어린 월룡에게 할아버지는 늘 “나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랑이를 쫒아 연해주를 유랑했지만, 너만은 꼭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라!”라고 생전에 강조했다고 한다. 손자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병진년 용띠 해 달밤에 태어났다고 월룡(月龍)으로 지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변월룡은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월룡’이란 이름을 고수했다. 작품에도 꼭 한글 사인을 넣었다. 하지만 고국에서의 삶은 고작 1년 3개월에 그치고 말았다. 그의 고향이 함경북도 무산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에게 고국은 북한이었는데, 결국 그는 북한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림받아 죽기전까지 고향을 그리워하다 눈을 감아야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취임했지만, 북한 당국의 무리한 귀화 종용을 따를 수 없어 거절하자 숙청대상자로 분류되었고, 결국 숙청되고 말았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생전에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베풀었던 그는 사후(死後)에 다른 반쪽의 고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가를 재조명하는 ‘백년의 신화:한국근대미술 거장’전에서 이중섭, 유영국과 더불어 변월룡의 성대한 전시를 선보인 것이다. 같은 해에 제주도립미술관에서도 ‘고국의 품에 안긴 거장, 변월룡’전이 열렸다.

비록 육신은 타국에 묻혀있으되, 그가 영혼을 쏟아부은 예술 작품은 마침내 고국의 품에 안겼다. 특히 이 전시회는 북한에서 숙청시킨 화가를 남한에서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호랑이 사냥꾼 할아버지 소원...死後 예술만 고국행 

이번 학고재에서 열리는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전은 3년만에 맞는 세 번째 고국 전시회인 셈이다. 변월룡이라는 이름은 아직도 국내에서는 낯설다. 그런 까닭에 이번 전시회의 전반적 개념을 변월룡 화백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춰 입체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등 러시아인들의 초상화와 풍물들, 북한 인사들과 50년대 평양, 무용가 최승희, 월북작가 김용준, 이기영의 초상화도 있다.

렘브란트를 특히 존경해 동판화 공부를 많이 했고 또 일부에서는 ‘동판화에서만큼은 변월룡이 렘브란트보다 낫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전시장의 작품들, 특히 데생과 동판화 유화 속 인물과 풍경 표현이 생생해 마치 작품 속 인물과 풍경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일 것처럼 걸출하다.



변월룡을 고국에 안내한 사람은 문영대 미술평론가다. 회화 전공 후 1994년 러시아 게르체나 사범대학에 편입해 공부하면서 5년간 머물렀던 그는, 유학 첫해에 한 그룹전에서 한국적 정서를 간직한 변월룡 화백에 꽂힌 인연으로 사반세기에 걸쳐 그를 한국에 소개하는데 온힘을 쏟았다.

문영대 평론가는 “당시 수소문해서 변월룡 화백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1990년 한러 수교 3개월 전에 사망하셔서 정말 마음 아팠다. 다행히 그분 아들 딸과 친분을 유지하게 돼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전시명처럼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를 국내에 제대로 소개하고자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많은 국·시립미술관에서 변월룡 화백에게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최대 식품 전시회 '푸드위크 코리아' 성료...식품 트렌드 한눈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코엑스는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 A, B, C홀과 더플라츠에서 '제20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 푸드위크 코리아 2025)를 개최했다. 코엑스를 대표하는 식품 전시회인 ‘서울국제식품산업전'은 국내외 프리미엄 식품부터 대체·신식품, 제조자동화, 스마트유통, 팜테크까지 미래의 식품산업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규모 국제 종합 식품 전시회로 올해는 42개국 950개사가 참가했다. '식탁혁명, 푸드테크가 만드는 내일의 식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은 AI 영양분석, 대체단백질, 친환경 포장기술 등 첨단 기술과 식생활 트렌드를 선보였다. 전시장은 ▲푸드테크 ▲식품 ▲디저트 ▲외식·급식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또한, 행사 기간 동안 2026 식품외식산업전망, K-푸드+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푸드테크 기술사업화 성과공유대회,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콘퍼런스, 글로벌 푸드테크 기술 표준화 심포지엄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함께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품외식산업 발전 유공자에게 은탑산업훈장을 비롯한 11점의 정부포상을 직접 수여했다. 송 장관은 이날 개막식 격려사를 통

정치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韓中관계 전면적으로 복원”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에 11년 만에 국빈방문으로 방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해 “주석님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협력의 플랫폼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활용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지난 30여년 간 한중 양국이 발전시켜 온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는 중국이 세계 제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한중 간 경제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호혜적인 협력 관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라며 “우리 두 사람이 지방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국가 지도자로 성장해 왔다는 공동 경험은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중 관계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 나

경제

더보기
최대 식품 전시회 '푸드위크 코리아' 성료...식품 트렌드 한눈에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코엑스는 지난달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코엑스 A, B, C홀과 더플라츠에서 '제20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 푸드위크 코리아 2025)를 개최했다. 코엑스를 대표하는 식품 전시회인 ‘서울국제식품산업전'은 국내외 프리미엄 식품부터 대체·신식품, 제조자동화, 스마트유통, 팜테크까지 미래의 식품산업을 선보이는 국내 최대규모 국제 종합 식품 전시회로 올해는 42개국 950개사가 참가했다. '식탁혁명, 푸드테크가 만드는 내일의 식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은 AI 영양분석, 대체단백질, 친환경 포장기술 등 첨단 기술과 식생활 트렌드를 선보였다. 전시장은 ▲푸드테크 ▲식품 ▲디저트 ▲외식·급식 등 4개 분야로 구성됐다. 또한, 행사 기간 동안 2026 식품외식산업전망, K-푸드+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푸드테크 기술사업화 성과공유대회, 국가식품클러스터 국제콘퍼런스, 글로벌 푸드테크 기술 표준화 심포지엄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함께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식품외식산업 발전 유공자에게 은탑산업훈장을 비롯한 11점의 정부포상을 직접 수여했다. 송 장관은 이날 개막식 격려사를 통

사회

더보기
무면허 전동킥보드 단속 과정에서 다치게 한 경찰관 입건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무면허 전동킥보드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고등학생을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일(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인천 삼산경찰서 소속 A경사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경사는 지난 6월 13일 인천 부평구 한 길가에서 무면허 전동 킥보드 단속을 하던 중 고등학생 B군을 멈춰 세우는 과정에서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경사는 B군이 다른 일행 1명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전동킥보드를 타고 인도로 달리는 것을 보고 멈춰 세우려고 팔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전동킥보드 뒤에 타고 있던 B군이 넘어져 경련과 발작 등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고 검사 결과 외상성 뇌출혈과 두개골 골절 등의 진단을 받았다. B군은 치료 과정에서 출혈이 완화돼 열흘간 입원한 뒤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경사가 교통 단속 중 운전자와 행인 등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직무를 수행하던 A경사가 한순간에 피의자로 전락하자 경찰 내부에서는 전동킥보드 단속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다. 킥보드 대여 사업자의 면허 인증과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한 현장 경찰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 뒤에 숨은 조력자를 기억하자
지난 14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파라과이의 축구 평가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후반 30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그 골의 배후에는 수비수 두 명을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 후 냉정히 경기의 흐름을 읽고 찬스를 만들어낸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이강인이다. 그는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한 오현규에게 정확한 타이밍의 패스를 연결해 골의 90%를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후 조명은 오직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쏟아졌고, 이강인의 이름은 짤막이 언급되었다. 지난 21일 한국프로야구 2025 플레이오프 한화 대 삼성의 3차전에서 한화가 5대4로 역전승을 거둔 뒤, 단연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구원투수로 나와 4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문동주였다. 그런데 사실 한화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어린 문동주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이끌어간 최재훈 포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난 후 역투한 문동주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노시환만 승리의 주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최재훈의 이름은 언급조차 없다. 이러한 장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