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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화순의 임팩트 인터뷰] 역사·기억·심리를 통해 본 베르사유

로버트 폴리도리 '베르사유전', 19일까지 청담동 박여숙화랑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MoMA, 메트로폴리탄·폴게티 뮤지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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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임팩트 인터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28년간 촬영해온 사진 작가가 있다. 캐나다계 미국인인 세계적인 사진작가 로버트 폴리도리(68).


그는 연간 2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1980년대부터의 복원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해 28년여 그 변화의 풍경을 기록해왔다.


공사 중인 어수선하고 텅 빈 공간의 생경함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은 낡고 누덕누덕한 인테리어 등 베르사유 궁전의 변화와 복원 과정을 카메라로 포착해왔다.

19일까지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2,3층에 위치한 박여숙화랑에서 개인전 ‘베르사유(Versailles)’전을 열고 있는 로버트 폴리도리를 만났다.


-베르사유 촬영을 28년간이나 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사진의 철학은 ‘시간’과 ‘기억’에 기반한다. 베르사유는 궁정이었다가 혁명을 거쳤고, 프랑스 역사박물관이 되는 세 번의 변화과정을 가졌다. 나는 시간과 기억에 기반해서 찍는다. 사용자에 따라 공간이 달라지는 것을 촬영한다.”


작가는 같은 공간도 시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추적하는 작업을 한다. 그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0년대 후반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전설적인 영화 제작자 요나스 메카스의 조수가 된 인연 덕분이다. ‘앤솔러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쌓은 경험과 프란시스 예이츠의 ‘기억의 예술’(The art of Memory)에 영향을 받아 필름을 프레임별로 편집하며 스틸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1983년 파리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베르사유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 주제로 연속 작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래된 베르사이유 궁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새롭게 복원해야 하는 것에 주목한다. 매년 20만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오니 바닥도 계속 닳는다.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궁궐도 여러 가지가 많다. 베르사이유를 선택한 이유 중 특이점은 없나?

“역사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그 공간을 새롭게 복원하기도 하지만, 벽에서 한 샘플을 떼어내서 처음 벽지를 발랐던 그 시대 방식 그대로 복원하고 싶어한다. 즉 현대 인물이 옛날 미감을 살려서 본디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하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의 시각에서 옛 ‘미감’을 선택하는 데도 변수가 작용할 법하다.

“베르사유 궁전의 많은 방을 복원할 때는 역사의 층, 변화의 층, 복원의 층이 많다. 나의 작업은 새로운 층을 추가해서 하는 작업으로 보면 될 것이다. 또 베르사유 궁전은 미술, 건축 등 다양한 장르가 총체적으로 집대성된 것이다. 총체적으로 역사의 희귀한 뉘앙스를 풍기는 건물이자 장소여서 선택했다.”

작가는 다시한번 ‘역사’와 ‘기억’이 자신의 작업의 주요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역사’와 ‘기억’ 외에 또다른 주요 모티브는 없나.

“나는 베르사유 궁전의 지속적인 변화와 복원 과정을 촬영한다. 공간을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프로이드의 초자아(super ego)가 작가의 방과 밀접하다. 초자아가 자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방을 꾸밀 때는 초자아의 심리적인 영향이 작용한다. 방을 꾸밀 때는 큐레이터의 심리 상태에 기인해서 꾸민다. 따라서 복원된 방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다. 나는 베르사유 궁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방 사진을 보면서 그 사람의 흔적을 뒤집어보면서 작업 한다. 특히 ‘심리적 요소’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큐레이터 개인의 심리도 중요한가?

“그건 아니다. 큐레이터 개인이 아니라, 큐레이터가 속한 사회와 사회적인 미감, 국가의 미감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미감이 아니다. 따라서 베르사유 방을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집단적인 초자아, 집단적 기억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대를 거슬러 할아버지 시대의 시간과 기억을 알 수 있고, 그분들을 알아가게 되는 식이다.





-그렇게 깊이 있는 철학이 담겼을 줄 몰랐다.

“(웃으며)원래 방에 어떤 그림이 어디에 걸려 있고, 방의 어디에 위치했느냐에 ‘심리적 역사’를 더 잘알 수 있다. 방은 하나의 존재다. 방은 존재론적 상징과 비유, 메타포를 의미한다.”


-한국에도 궁궐이 많다. 조선시대 덕수궁 창덕궁 등을 찍어서 작품화할 생각은 없나?

“조선 궁궐에 대해서는 모른다. 다만 신라 선덕여왕에 대해 알고 있다.”

박여숙 화랑 대표는 “로버트 폴리도리 작가가 조선시대 궁궐을 찍도록 하고 싶다”고 옆에서 거들었다.


-나의 성(性)이 조선시대 왕가의 성인 이(李)여서 개인적으로 당신이 한국 궁궐도 작품화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웃음)

“기회가 닿는다면... 오, 우연의 일치인가? 내 와이프가 중국계 미국인인데 패밀리네임이 이(李)다. 아, 이번 전시 작품 중 프랑스가 18세기 중국 명나라와 문화교류를 갖고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전시 작품들을 함께 둘러보던 작가는 불현 듯 “아까 말한 중국 명나라에서 영향을 받은 흔적을 보여주겠다”면서 한 작품 앞에 다가갔다. ‘황태자비의 침실’(Chambre de la Dauphine)이란 작품 속에는 1760~1780년경 중국 그림과 칠을 한 여닿이문을 단 프랑스 가구가 배치돼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중국의 문양과 칠, 페인팅에 무척 매료됐다. 하지만 중국 가구는 좋아하지 않아서 가구는 프랑스에서 만들고, 그림만 중국에 부탁했다.”


작가가 가리킨 사진 작품 속 가구 문짝에는 중국의 자연과 문방사우, 인물 등이 묘사되어 있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자신의 휴대폰을 뒤지더니 ‘와이파이’ 연결을 부탁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아내와 일골살난 귀여운 딸을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캘리포니아에서 꼭 찍고 싶은 집이 있어서 촬영 허가를 받으러 여러번 갔다가 어느날 어렵게 문이 열려 허락을 받았는데 그때 우연히 만난 사람이 지금의 아내라며 활짝 웃었다.




작가가 주목한 ‘베르사유’는 약 30년간 변화의 과정을 거친 역사와 소통하는 건축물이다. 2009년에 발간된 베르사유의 복원 작업 과정을 담은 3권의 사진집인 ‘복원된 유적지(베르사유)’(Parcours Muséologique Revisité (Versailles))은 미술계뿐만 건축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로버트 폴리도리는 1998년 월드 프레스 어워드(World Press Award) 아트 부문에 수상했고, 1999년 2000년 연속으로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 어워드(Alfred Eisenstadt Award)의 건축 사진부문의 상을 수상했다. 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폴 게티 뮤지엄, 휘트니 뮤지엄,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뮤지엄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에서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Civilization The Way We Live Now)’에 참가했다.

그의 사진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MoMA,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폴 게티 뮤지엄, 휴스턴 뮤지엄,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LA카운티 뮤지엄, 유럽 사진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뮤지엄과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 프린스턴대학교, 예일 대학교, 뉴욕대학교 등 유수의 대학박물관에도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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