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제이노믹스)’가 새로운 경제 사령탑 출범에 따라 전환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기 경제팀이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고 J노믹스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고,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1기 경제팀’에서 홍남기 후보자 및 김수현 정책실장의 ‘2기 경제팀’으로 경제 사령탑이 교체되는 것이다.
경제팀 교체는 연말이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 8월20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職)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힌 지 약 3개월 만이다.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이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을 나타낸 데 이어, 고용 및 소비 등 각종 경제 지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자 분위기 쇄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악화된 경제지표
J노믹스가 일자리 창출과 가계 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 확대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고용과 가계 소득 및 소비 지표가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꼽히지만 현재까지 관련 지표는 악화된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고용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소득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소비심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시장은 지난 10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을 밑도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의하면 10월 취업자 수는 2709만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4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에 미치지 못한 것은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째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1월 33만4000명 △2월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 △5월 7만명 △6월 10만6000명으로 10만명대를 기록하다가 △7월 5000명 △8월 3000명 △9월 4만5000명으로 10만명을 하회하고 있다. 고용률은 61.2%로 9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실업률은 3.5%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전체 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계층 간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고속득층의 소득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1년 전 5.18배였던 ‘5분위 배율’은 최근 5.52배를 기록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5.5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으로, 11년 만에 가장 악화된 수치다.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이 131만7600원으로 전년보다 7.0% 감소한 반면 상위 20%인 5분위는 973만5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1분위 소득이 3분기 연속 하락하는 동안 5분위 소득은 10%대 오름세를 유지했고, 11분기 연속 상승했다.
소비심리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기준치 100에 못 미치는 96.0을 기록해 지난달보다 3.5포인트 떨어졌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적다는 뜻이다.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6개 지표 모두 악화됐다. 가계의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90으로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졌고,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형편을 내다보는 생활형편전망 지수도 1포인트 하락한 90을 기록했다. 가계 수입전망과 소비지출전망 지수도 각각 2포인트와 3포인트 떨어진 97과 108을 나타냈다. 현재경기판단과 향후경기전망 또한 5포인트씩 하락한 62와 72로 집계됐다.
文 지지도 최저치 기록
문 대통령이 경제 사령탑 교체에 이어 구체적인 국정 성과 주문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청와대도 현재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책 설계의 브레인을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협의회 위원과 대통령 자문기구 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국정과제를 설계했다면 이제부터는 국정의 성과를 정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구현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언급해, 신속하게 정책을 추진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야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로써 2기 경제팀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임기 3년 차를 코앞에 둔 문 정부를 두고 야권에서는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실제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경제 활성화는 이 같은 상황을 만회할 가장 강력한 카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조사한 11월4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48.8%로 나타났다. 지난주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취임 후 최저치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최근 9주 연속 하락했다. 주요 원인은 각종 경제 지표 악화 등의 경제요인으로 꼽혔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기술(IR)금융학부 교수는 “이 정부가 3년 이상 남아 있어 2기 경제팀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김 부총리가 실패한 이유는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정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 후보자는 눈치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정책이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경제상황도 안 좋아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했지만 일반적인 성장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장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