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화순 기자] 전세계가 주목한 4·27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남북정상회담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을 주목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두 정상 못지 않게 벽에 걸린 거대한 금강산이 보였다.
겸재 정선을 비롯해 수많은 대가들이 즐겨 찾아 그려온 우리민족의 상징 금강산이 역동적인 생명력을 내뿜으며 한편의 그림으로 옮겨져 있었다.
가로 6m를 넘는 초대형 금강산 그림은 신장식(국민대 교수·59) 작가의 회화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681㎝ x 181㎝). 2001년 국민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국민대 예술관 갤러리 오픈 기념전에 출품한 대표작으로 전시 후 작가가 소장해왔다.
판문점 내부 공사 전만해도 한라산 전경을 담은 그림이 걸렸으나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수공사 후 신 작가의 금강산 그림이 걸렸다.
신 작가는 “이 그림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통해 연락을 받고 ‘판문점 평화의 집’에 들어갈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4·27 남북정상회담장에 제 금강산 그림이 걸리니 감개 무량하다”고 말했다.
“저 역시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제 소망처럼 이 그림이 한반도 산천의 아름답고 푸르른 기상을 회담장 안에 몰고 왔길 바랍니다.”
상팔담은 금강산 팔경으로 꼽히는 절경의 하나. 금강산 구룡폭포 위 8개 연못이 있는 곳인데 그 연못 물빛이 신비로운 옥빛일 뿐 아니라 전체로는 마치 하늘에 핀 꽃과 같다 하여 천화대로도 불린다.
“한번 본 사람이라면 잊지 못하는 절경”이라는 작가는 “백두대간의 에너지를 담기 위해 선을 단순하게 그리고 푸른 색을 많이 썼으며, 그 봉우리들이 하늘로 웅비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은 캔버스 위에 제작한 닥종이를 바르고 그 위에 아크릴로 금강산을 그려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난다. 이런 기법을 쓴 까닭에 유화의 번들거림과는 거리가 먼 전통의 푸근한 맛이 은은히 배어있다.
‘금강산 작가’로도 불리는 신작가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 미(美)를 현대 미술과 접목하여 고유한 전통의 맥을 잇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가운데, 1992년부터 금강산을 그려왔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를 비롯해 민화 속의 금강산, 일제시대 금강산 사진 화첩, 일본의 현대 사진 작가가 찍은 금강산 사진, 북한에서 흘러온 금강산 자료 등 금강산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찾고 연구했다. 93~98년에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작품이 탄생했고 전시가 가능했다.
1998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 1000마리와 함께 한 방북 이후 문호가 개방되면서 첫배 금강호를 타고 금강산을 찾은 이래 2008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으로 불리는 금강산의 사계를 두루 작품에 담아왔다.
마침 그의 금강산 작품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에서 5월 20일까지 열리는 ‘금강산 특별전’에 겸재 정선의 1711년 금강산 그림 등 11점과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