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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안의 풍수의 세계

[풍수인문학] 풍수-사회학자가 본 ‘필로티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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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티 구조는 가는 목에 무거운 머리 받치고 있는 격”
“어울림과 균형적 조화의 미학으로 전화돼야”


[시사뉴스 정승안 교수]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선진화된 근대성의 사회에서는 부의 사회적 생산에 위험의 사회적 생산이 체계적으로 수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결핍사회(a society of scarcity)에서의 분배를 둘러싼 문제나 갈등들은 기술-과학적으로 생산된 위험의 생산, 정의, 분배에서 발생하는 문제나 갈등들과 중첩되어 표출된다는 것이다.


최첨단 정보사회의 이기로 무장한 오늘날의 건축물들의 발달사는 바로 이러한 중첩된 사회적 갈등이 두드러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재난과 위험사회의 여러 가지 징후들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접점에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진 성능이 없는 필로티 기둥이 문제

최근 들어 빈번한 지진이나 화재나 재난이 빈번한 현장에서 건축가나 감리, 소방공무원에서 허가행정에 이르기까지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그 중에서도 많은 논란의 대상 중 하나가 ‘필로티(pilotis)’양식이다. 필로티는 일반적으로 1층 공간에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벽 없이 기둥으로만 지어지는 건축기법을 일컫는다.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제(Le Corbusier, 1887-1956)가 만든 건축물들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양식이기도 하다.



포항에서의 지진과 관련하여 많은 언론들이 필로티 건축의 구조적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건축전문가들은 ‘필로티 구조’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내진 성능이 없는 필로티 기둥’이 문제라고 한다. 2005년 이전에 만들어진 법에서 3층 이하 건물의 기둥은 수직 하중만 고려해 설계한 것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법 개정이후에는 내진설계가 수리적인 계산을 통한 공학적인 구조안정성이 확보되었기에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물리학, 공학적인 계산의 문제에 무지한 필자로써 언급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위험과 재난을 겪고 나서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뒷북치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소 잃고 고치는 외양간이 무슨 소용이랴. 필로티논쟁을 떠나 우리 부모님과 서민들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우리나라 소형 건축물들이 당면한 문제이므로 간과하기 힘든 점들이 많다.


더구나 ‘풍수-사회학자’로서의 안목에서 볼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첫째, 필로티양식을 풍수적으로 살펴보면, 가느다란 목으로 무거운 머리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임을 알 수 있다.
기둥(양)과 벽(음)은 음양이 조화롭게 지어져야 내외부의 충격이나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그러나 벽이 없는 기둥만으로 버티게 되면 약한 외부의 충격에도 쉽게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건축양식은 풍수적 관점에서는 최악의 건물이 되는 셈이다. 구조공학의 합리성이 ‘삶의 안정성’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안정된 지기(地氣)의 공급을 흩어버린다.
땅의 에너지를 받는 대지와 건물의 연결공간을 바람에 날려버림으로 인해 필로티양식에 거주하는 집들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풍수전문가들의 임상경험사례에서 한결같은 지적이 나온다. 필로티양식의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서 ‘이혼’, ‘사업부도’, ‘질병’, ‘불편한 잠자리’에 이르기까지의 부정적인 양상들이 더욱 많게 등장한다는 것은 풍수가들이 경험적으로 일반화한 논리다.


필로티 구조 - 개발업자 중심정책의 논리적 귀결

물론 건축학자들에게는 변명의 이유들도 많은 것 같다. 필로티가 문제가 아니라 왜 필로티 건축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차 문제와 관련이 많다. 보통 세대 당 1대의 주차장공간을 확보해야하는데 법정 주차대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지하를 파서 면적을 확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로티구조로 주차면적을 확보하고자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축법시행령 119조에서는 필로티부분을 용적률 계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건축물의 높이산정에서도 필로티 부분을 제외하기에 수익률의 측면에서도 다세대주택에서는 필로티구조가 장려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많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수익률 향상을 위해서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도외시한 채 진행된 7-80년대 성장주의적인 주택공급정책과 난개발상을 가져왔던 개발업자 중심정책의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구는 늘어나고 좁은 땅에 많은 집을 지어야만 하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서의 주택난의 문제해결을 위한 수많은 고육책들이 강구되었다.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지구지역에 따라 100평 대지에 300평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각들에서 일상과 삶을 위한 여유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해 도시와 공간에서의 비용적인 여유(적은 투자로 많은 이익을)를 확보함으로써 공적인 생활에서는 나름대로의 여유는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재개발지역과 다세대주택과 같은 서민주거를 고층의 고급의 아파트로 대체해버리고 말겠다는 집장사꾼들과 재개발만능주의자들의 천박한 태도들에 우리의 일상과 삶의 공간을 다 팔아버리고 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전통적인 사유구조에서의 땅과 건축을 대하는 태도, 음양의 논리에 따른 균형과 조화의 풍수미학적인 관점은 오늘날에도 적용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사람이 먼저다’는 슬로건이 구호가 아니기 위해서는 변화된 사회에서라도 어울림과 균형적 조화의 미학을 충분히 발휘하는 힘으로 전화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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