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국민의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없이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없고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확립할 수 도 없다"는 인식을 내비친 안철수 대표측과 호남에서 안 대표 지지자에게 계란세례를 받은 박지원 전 대표 및 호남출신 의원들간의 알력의 골이 깊어 보인다.
이런가운데 12일 광주에서는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토론회가 내홍을 겪고있는 국민의당이 가까스로 '봉합'될지, 이른바 '분당선'을 타게될지를 결정할 '내홍의 분수령'이 될 확률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기호지세(騎虎之勢)인가.
안 대표는 11일 전주에서 최고위원회와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국민의당의) 외연 확대 방법의 대안으로 바른정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을 말했다"면서 "어떤 분은 지방선거만 견디면 총선에서 기회가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보면 그렇지 않았다. 큰 선거를 못 치르면 바로 사라지는 게 3당의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 상태로는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는 득표율에 못 미쳐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전국 선거를 3자 구도로 만드는 게 다른지역의 관심"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이른바 '호랑이 등에 올라 탄 형국' 즉, 기호지세(騎虎之勢) 상태에 놓인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이제까지 국민의당 내부의 호남권 세력의 통합 반대를 무릎쓰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해왔던 안 대표였다. 따라서 이제와서 회군(回軍)한다면 곧바로 리더십이 붕괴되면서 정치적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되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이제 안 대표의 선택지는 가급적 연내에 바른정당과 '통합의 밑그림'을 완성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일 전주에서의 안 대표의 발언도 대체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는 분위기다.
○'계란 박지원'의 양수겹장 포석?
광주에서 안 대표 지지자인 여성으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은 박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활로는 유승민 당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의 정신과 안철수의 힘이 결합해야 한다"며 "안 대표가 이제라도 깊이 성찰해달라. 호남에 계란을 던지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런 발언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수겹장의 묘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첫째는, 국민의당의 진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아닌 안 대표와 호남의 결합임을 강조하면서 호남세가 안 대표까지 끌어 안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박 전 대표 자신을 향해 날아온 계란을 두고 "호남에 계란을 던지지 말라"고 표현함으로써 "박지원=호남"임을 각인시키면서 자신의 위상을 호남의 대표로 자리매김시키는 효과까지 노렸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이 발언으로써 현 상태가 안 대표와 그 지지자들이 '호남'을 거역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자아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일어서서 현재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호남을 거스르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에둘러 표현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의 다중 목적의 노림수가 띄워졌다'는 게 여의도 정가 일각의 시각이다.
○호남 민심에 대한 도전인가, 노욕(老欲)인가.
광주 정치권의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국민의당의 상황은 박지원 전 대표의 노욕(老欲)이기도 하고, 호남출신 의원들의 향후 자리보전을 위한 대립구도이기도 하다"며 "국민의당이 화합해서 전국 정당으로 나가야 할 때에 오로지 지역민들의 정서에 기대어 향후 지역에서 공천이나 보장받으려는 행태에 다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분당(分黨)의 핵심 키는 역시 자금?
여의도 정가의 한 정치인은 12일 본지와의 만남에서 "국민의당이 심한 내홍을 겪으면서도 결국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들지는 못할 것"이라며 "분당을 하려면 창당 자금 등의 거대 자금이 소요되는데 그것을 지출할 정치인이 국민의당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