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4 (수)

  • 구름조금동두천 -1.2℃
  • 흐림강릉 6.6℃
  • 맑음서울 0.7℃
  • 박무대전 0.9℃
  • 흐림대구 5.4℃
  • 흐림울산 6.8℃
  • 흐림광주 3.2℃
  • 박무부산 7.9℃
  • 흐림고창 2.9℃
  • 흐림제주 8.1℃
  • 맑음강화 -0.3℃
  • 흐림보은 0.1℃
  • 흐림금산 0.8℃
  • 흐림강진군 4.3℃
  • 흐림경주시 6.3℃
  • 흐림거제 7.7℃
기상청 제공

기고

안철수의 색다른 도전과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

URL복사

“국민의당 존재 의미 부각 없이는 도태될 것”


왕발(王勃)은 ‘등왕각서(滕王閣序)’에서 이렇게 읊조리고 있다. “무지개는 사라지고 비가 개어 햇빛이 허공에서 비치고 있다. 저녁놀은 짝 잃은 따오기와 나란히 떠있고, 가을 강물은 넓은 하늘과 동색이다. ... 지세가 다한 곳에 남해(南海)는 깊고, 천주(天柱)는 높으며 북극성은 멀리 보인다. 관산(關山)은 넘기 어렵다는데 그 누가 길 잃은 자를 슬퍼해 주겠는가? 부평초와 물이 서로 만난 듯하나 모두가 우연히 만난 타향의 길손들일세.”(고문진보 후집)


심신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폭염이 사그라지며 습기가 퇴각해가는 시절에 우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의 무지갯빛 세월을 보내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 복지비 현금 지급, 건강보험 개인부담률 축소,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제로 시대 등등 온통 장밋빛 세상이다. 북한을 둘러싼 ‘화염과 분노’, ‘괌 포위 사격’, ‘대화와 압박 제재’와 같은 위기 담론 공방 또한 다소 구태의연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박복한 중생들 삶의 질과 나라의 근본틀 내지 경쟁력은 실제로 어떻게 될 것이며, 이 같은 쟁점의 정치적 담당자들 행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새삼 엄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물음의 과녁 저편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둘러싼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안철수, 자숙과 성찰이 절실히 요청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8월16일,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차기 대선출마에 대해 “내년 지방선거까지만 계획이 있고 (지방선거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국민의당이 제대로 자리 잡고 다당제가 정착되는데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최근의 이른바 ‘안철수 차출론’에 대해선 “당을 위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 여건이 될 때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그 당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인가’라는 이어진 질문에도 “모든 가능성 다 열어놓겠다”라고 답했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또는 연대에 대해서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아무도 (국민의당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5%도 안 되는 지지율 가진 정당 손잡으면 같이 벼랑에 떨어질 수 있지 않는가”라고 했다. 8월27일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 전 대표는 ‘당권 도전에 실패했을 경우 정계은퇴도 각오하느냐’는 질문에는 “당과 운명을 함께 하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걸었다”며 “(프로야구) 코리안시
리즈 4차전에서 3대 0으로 지고 있는데 제가 5차전 선발투수로 나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지난 8월3일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북핵과 미사일 위기, 부동산 폭등, 불안정한 에너지 정책 같은 문제를 두고는 분명히 야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안 전 대표는 대선 실패와 제보 조작 사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제보 조작 사건에서 무혐의로 처리됐으나 그의 측근은 여럿이 구속돼 있다. 자숙 시간과 성찰적 기획이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당 내부와 주변에서 출마 재고 요구 성명, 일부 탈당 움직임과 격렬한 비난 등이 화살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국민의당, 새로운 활로 못 찾으면 내년 지방선거가 생존의 분기점
그런데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 국민의당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제기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은 안철수란 존재의 새 대표 가능성 및 적절성 또는 당위성 차원을 넘어 근본적으로 정당 존폐 기로에 봉착해 있는 듯 하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양극단 세력이 주도하는 기존의 정치질서에 염증을 느낀 많은 유권자들이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에게 지지를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금의 국민의당은 그러한 소망을 어떻게 실현하고 창립 정체성을 얼마만큼 담보하고 있는 것인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 100여일 동안 인사청문회, 추경(追更), 공무원 증원 등 중요 사안마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의 태도와 양두구육(羊頭狗肉)적 행태를 노정해 왔던 것은 아닌가.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번번이 파기함으로써 ‘민주당 2중대’라는 지탄을 받게 되는 현실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당의 이 같은 이중 행태는 지역기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 조건에서 특정 지역 다수 지지는 집권 여당으로 이전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정치 분석의 통설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할 경우 국민의당은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존속하기 힘들 것이다. 안 전 대표든 그 누구든, 무심해 보이는 듯한 시민들 앞에 국민의당이 무엇을 위해 왜 존재하는지를 정치적 실천으로 확연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가 그 생존의 분기점이 될 확률이 높다.


‘신 보수’ ‘제3의 길’을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 사정도 오십보백보의 처지다. 이 같은 연유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제휴, 통합설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한 무제 당시 곽거병(霍去病) 장군은 지쳐가는 전란에서 황제가 내린 한 병의 위로 주를 자신이 독점하여 마시지 않는다. 서역의 오아시스에 그 술을 부어 부대의 전 병사와 함께 그 물을 술처럼 마신다. 이 오아시스가 술의 샘이란 뜻을 지닌 ‘주취안(酒泉)’으로 오늘날 서역 실크로드 관문 도시이다. 혼자 마시는 것을 포기하고 병사들과 함께 하려는 장군의 마음이 거기 녹아 있었기에 3만명의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전의를 불태웠고 서역 정벌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은 병사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동행하는 지도자의 진정성과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맹자는 일찍이 진심상편(盡心上篇)에서 “물을 제대로 관찰하는 방법이 있으니, 반드시 그 여울목을 관찰해야 한다. 해와 달이 밝음을 지니고 있으니, 빛을 용납하는 곳에는 반드시 비춘다(觀水有術必觀其瀾, 日月有明容光必照焉)”고 하였다. 또한 묵자를 일컬으며 “정수리를 갈아서 발꿈치에 이르더라도 천하에 이로우면 행하였다(摩頂放踵, 利天下爲之)”고 평가하고 있다.


주사위는 어차피 던져졌다. 안 전 대표는 이제 한국 정치 흐름의 여울목을 꿰뚫어보기 바란다. 스스로의 정수리를 갈아서 발꿈치에 가닿을지라도 국민의당, 여야 정치 지형, 4대 강대국에 포위된 분단상황의 한국,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박복한 중생 백성들을 위하고 섬기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그곳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될 수 있고 관산(關山) 너머 천주(天柱)의 북극성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특집】 시사뉴스·수도권일보 선정 2025 국정감사 우수의원
[시사뉴스 박성태, 강민재, 홍경의, 이광효, 김세권, 우민기, 양용기 기자] 이재명 정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은 17개 상임위가 총 834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했다. 올해 국감은 ‘내란청산’과 ‘민생회복’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정치적 공방과 민생 현안이 교차한 가운데 치열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치·행정 분야에서는 사법개혁 논의와 행정부 권한 남용 논란이,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도심 지반침하 및 산업안전 이슈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유독 특정 인물들이 주목을 많이 받은 2025 국감은 초반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가 하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는 국감기간인 한달 내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는 정책 검증과 정치적 공방이 병행된 채 막을 내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실태를 분석하고 시정을 촉구한 의원들도 있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재난에 대한 질의가 이뤄졌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화려한 한류 문화에 감춰진 어두운 이면에서 고통받고 있는 약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불법·허위조작정보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불법·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개최해 여권 주도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 제44조의7(불법정보 및 허위조작정보의 유통금지 등)제1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법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 2의2. 공공연하게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해당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에 대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가.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여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라고, 제2항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로서 다

문화

더보기
군복을 입은 음악가의 일상 기록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나의 군악대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초반, 용인경찰교향악단에서 군악병으로 복무하며 보낸 2년 2개월의 시간을 바탕으로, 군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성장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클라리넷 전공자로 음악적 역량을 한창 키워가야 할 시기에 군 입대를 맞이한 저자는, 군복을 입은 음악가로 살아가며 느낀 복합적인 감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실력이 퇴보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불안,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연주자로서의 감각을 유지하려 했던 치열한 시간들이 담담한 문체로 펼쳐진다. ‘나의 군악대 이야기’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일반 병영과는 다른 군악대의 일상, 훈련과 연주가 공존하는 생활, 각종 국가 행사와 공연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장면들은 기존의 군대 서사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군악대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으로 읽힌다. 또한 ‘사라진 다롱이 일경’, ‘전설의 고향’과 같은 에피소드는 군대 특유의 긴장감과 허무함, 그리고 웃음을 절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