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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경련, 해체 수순? 잇단 탈퇴에 ‘존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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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 ‘거리두기’로 쇄신안 마련·회장 선정도 난항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지난 56년간 국내 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도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대 위기를 맞으며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논란과 의혹이 이어지면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된 것이다. 주요 회원사인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탈퇴 의사를 밝혔으며,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사임 결정을 내리면서 전경련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1961년 민간경제인들의 자발적 의지로 설립된 민간종합경제단체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설립됐다. 역대 회장과 부회장만 보더라도 국내 대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삼성의 창업주인 故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이후 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선대회장 등이 회장직을 지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굵직한 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부회장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경유착 창구로 전락


최근 재계에서는 ‘전경련 존폐 위기설’이 팽배하다. 지난해 12월6일 진행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전경련은 현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주도로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기업들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걷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 “탈퇴하겠다”면서도 해체와 관련해서는 “제 입장에서 ‘해체하라’라는 말을 꺼낼 자격은 없다”고 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전경련의 환골탈태에는 동의한다”며 “새 방안이 있으면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 회장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허 회장은 “전경련 해체는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해체에는 반대 의견을 표하면서도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며 각 기업들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하는 게 내 의견”이라고 밝혔다.




탈퇴 러시 현실화


청문회 이후 LG가 전경련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주요 기업들의 전경련 탈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는 지난해 12월 말 “2017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탈퇴 방침을 전경련 측에 정식으로 전달했다.


이에 앞서 12월 초에는 KT그룹이 탈퇴 의사를 전했고, 공기업의 탈퇴도 줄을 이었다. 전경련에 따르면 12월8일까지 공기업 9곳에 대한 탈퇴 신청이 처리됐다. 이후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도 탈퇴 신청서를 제출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과 SK그룹도 청문회에서 밝힌 탈퇴 입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구체적인 시기 등을 개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SK텔레콤, SK건설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 20여개가 전경련에 가입돼 있는 SK 또한 탈퇴 시기와 절차,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중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힌 LG 외에 추가로 탈퇴 의사를 밝힌 곳이 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탈퇴는 회원사의 자유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의사를 밝히고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탈퇴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거리두기’… 회장직 공백 우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제기 이후 내부적으로 자체 혁신안을 추진해오고 있다. 회원사 의견을 수렴해 최종 쇄신안을 내놓고 오는 2월에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승인을 받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경련 관련 의혹의 여파로 기업들이 전경련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월15일 전경련은 10대 그룹 중 주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조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전경련 쇄신안 마련 차원에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이승철 부회장이 주재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4대 그룹 중 LG에서는 부사장급 임원이 참석했고 삼성, 현대차, SK가 불참했으며, 다른 회원사들도 전경련 활동에 부담을 느껴 대부분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허 회장과 이 부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두 사람은 2월 정기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재계는 후임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2000년대 들어 회장직 구인난을 겪어왔다. 허 회장의 경우에도 총수들이 회장직에 난색을 표하면서 후임자를 찾지 못해 3번연임을 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우회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으로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창구로 지목돼, 후임자 선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임자가 선정되지 않을 경우 전경련은 ‘회장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허 회장과 이 부회장이 2월에 사임하겠다는 것 외에 후임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며 “쇄신안도 마련 중이라는 것 외에 방향과 내용 등도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경련 출신 한 관계자 역시 “누가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을 거라는 소문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해체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수장을 맡겠다고 나설 총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회장 선정 문제는 전경련 쇄신안이 마련된 이후에나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전경련 회장 공백 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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