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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2의 전성기’ 김지숙 “뒷방 늙은이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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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배우 김지숙 “창극계 힘 보태고 싶어”

[시사뉴스 이경숙 기자]김지숙(43)은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간판이다. 약 20년 간 얼굴로 군림해왔다. 2014년 초연한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연출 고선웅)는 그녀의 이름값을 새삼 확인한 무대다. 지난달 14~17일 '세계 공연 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공연장 '테아트르 드 라 빌' 무대에서도 그녀는 어김없이 빛났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세 번째 서울 공연을 앞두고 국립극장에서 만난 김지숙은 "시차로 인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힘든 점도 있었지만 큰 무대라 보람이 컸다"고 활짝 웃었다.

김지숙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값싸고 음란한 인물로 묘사된 옹녀가 아닌,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진해나가는 당찬 여성으로 제격이라는 평이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아봤고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이 역을 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출연하기 전까지 그녀는 '뒷방 늙은이'처럼 있었다. 국립창극단에서 새로운 창극들이 잇따라 나오는데 "도전하기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단원들의 투표, 스태프들의 의견으로 옹녀 역을 맡게 됐다. "한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뾰족한 수가 없는데도 연습실에서 노래만 했지. 옹녀가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3년 동안 내게 고마운 일이다. 일종의 돌파구가 됐다."

2008년 안숙선 명창(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도창을 맡은 '남산골 변강쇠뎐'에서 이미 옹녀 역을 맡았던 그녀다. 당시에도 애끓는 소리로 주목 받았다. "그 때는 옹녀라는 캐릭터에 대해 잘 몰랐다. 내 스스로도 어색해했다."

"많이 부족해서 저녁에 혼자 남아 연습을 했다." 누구에게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김지숙은 "옹녀는 색기만 있는 여성이 아니다. 살림도 잘하고 남편도 잘 챙기는, 한국적인 여인상도 녹아 있다"며 "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력,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며 여전히 옹녀에 빠져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고전 비틀기에 일가견이 있는 연극·뮤지컬 연출가 고선웅이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함께 지금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희곡으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세상의 경계이자 잡귀를 쫓고 액맞이를 하는 영물인 각양각색의 장승을 새로 조명했다.

영화 등을 통해 색골남녀의 이야기로만 저평가된 작품에서 생명력과 휴머니티가 빛나는 창극으로 재창조됐다. 변강쇠와 옹녀가 서로의 '중요 부위'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기물가(己物歌)' 등 야릇함은 공연 내내 이어진다. 배경이 된 병자호란·임진왜란까지 겹치면서 팍팍했던 시대, 색은 백성들의 유일한 유희이자, 건강한 성기는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으로 재미를 선사한다.

전북 이리가 고향인 김지숙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15세 때부터 소리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 좀 한다는 평을 받은 그녀의 본래 꿈은 성악가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성악을 배울 통로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엄나 친구 딸인 아는 언니를 따라 소리를 배우게 됐다. 그 언니는 정작 중간에 그만두고 나는 예고에 가면서 계속 소리를 하게 됐지."

1997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하자마자 스타가 됐다. 1999년 김명곤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출과 극본을 맡은 완판장막창극 '심청전'의 주인공으로 단숨에 주목 받았다. 향단이 등 조연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역을 맡아 화제였다.

2000년 '한중일 베세토연극제'에서도 손진책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한국대표작 '춘향전'에서 '춘향'이를 연기했다. 당시 원캐스팅이라 뒤늦게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드러내지 못한 그녀가 분투한 일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탁월한 판소리 실력과 화려한 외모를 갖춘 김지숙은 이후 춘향, 심청, 숙영낭자 등 여주인공 역할을 도맡아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살짝 주춤한 기색을 보였다. 2012년 국립창극단에 김 예술감독이 부임한 이후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메디아' '장화홍련' 등 파격적인 작품이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라 여겨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국립창극단을 주름 잡은 그녀지만 물론 힘든 때도 있었다. 계속해서 주요 배역이 주어지다 보니 "사생활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립극장 산책로 한번 걷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한동안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다. 이명도 생기고 불면증까지. 성격이 내성적이라 오해도 많이 받았다. 차갑고 도도하고 쌀쌀해보이는 인상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의 김지숙을 만나보면 그녀의 수더분함과 유머 감각에 놀란다. 후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노래만 잘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대인관계와 사회생활도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많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싶은 때도 있었다."

김 예술감독이 그 때 용기를 불어넣었다. "창극단에 오시고 내가 오디션을 보지 않으니 걱정이 되셨나보더라. 면담을 했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용기와 격려를 많이 주셔서 힘을 낼 수 있었다. 김성녀 단장님도 그렇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 연출님도 그렇고 포용력과 함께 리더십을 갖춘 분들이다."

김지숙은 이제 후배들을 위해 나서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일이 많아 내게만 신경썼는데 선생님과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교류하고 융화하고 싶다. 제자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개인 작품도 발표하고. 있는 힘껏 국립창극단과 창극계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소리와 연기력뿐 아니라 내면까지 원숙해진 김지숙의 옹녀는 4~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초연, 재공연과 마찬가지로 김지숙과 이소연이 옹녀, 김학용과 최호성이 변강쇠 역을 맡는다. 만 18세 미만 관람불가. 2만~5만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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