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학교다닐 땐 많이 읽었는데 이제는 일년에 서점이나 도서관 가는 날이 손으로 꼽힐 정도에요. 요즘 읽는 활자는 인터넷으로 보는 게 대부분이죠."
직장인 김모(30)씨는 한때 소문난 '애서가'였다. 대학 시절 문학동아리에 들어갈 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간 3년 전부터 책을 만지는 횟수가 줄었다. 김씨는 "요즘은 책을 사지도, 빌려 보지도 않는다"며 "최근에 책을 산 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고 말했다.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5년 독서 출판 장려와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해 4월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날짜는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 스페인 카탈루냐 축제 '세인트 조지의 날'에서 유래했다. 4월23일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 저자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정부도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있으며, 23일에는 시민에게 책 423권과 장미꽃을 전달하는 이벤트를 여는 등 독서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책 읽는 한국인'은 감소하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0명과 초·중·고등학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직전 조사인 2013년보다 6.2%p 감소해 65.3%를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지난 199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성인 기준 1년간 읽는 책은 평균 9.1권으로 조사됐다. 한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독서시간은 평일 22.8분, 주말 25.3분으로 하루에 30분도 종이책을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인구 감소는 학업이나 사회생활로 책을 읽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체부 조사에서 평소 독서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이유로 성인 10명 중 3명(34.6%)이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실제 5년차 직장인 윤모(28·여)씨는 "평일에는 회사일로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주말엔 주말대로 쉬거나 놀러 가기 때문에 책을 잡을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모(30)씨는 "평소 시험과 과제 등이 많아 독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며 "이미 논문과 교재를 보느라 활자를 많이 봐 특별히 여가로라도 책을 읽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종이책 외에도 읽을거리가 많아진 점도 원인이다. 학원강사 이모(35·여)씨는 "10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책 두세 권을 읽을 정도로 애서가였다"면서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해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읽을거리가 많아 상대적으로 책을 찾게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독서인구는 감소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더 많은 책을 읽는 경향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독서자 기준 평균 독서량은 2013년 12.9권에서 2015년 14권으로 증가했다. 두 해 전체 평균 독서량이 비슷한 점을 고려할 때 독서가들은 오히려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이다.
10년째 독서토론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 고모(41)씨는 "처음 모임에 나갔을 때 동호회원이 몇십명이었지만 이제는 열명 안팎 수준이다.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면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열심히 읽으려고 한다. 올 한 해 동안 책 50권을 읽겠다고 공언한 회원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