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중·고교에서 교과의 성격에 따라 지필고사 대신 수행평가만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학생평가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대입 변별력이 높은 객관식 지필고사의 틀을 벗어나 학생의 성장에 필요한 수업과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수행평가만으로 학생 성적을 매기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기독교 교사들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은 23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지필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도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은 현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객관식 시험은 성적 변별력이 있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학교에서 객관식 시험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실시하고 있어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시도하는 교사들이 제약을 받는 사례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같은 학생을 두고도 A교사는 A라고 평가했는데 B교사는 C라고 평가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런 평가 기준 등을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또 “성적으로 선발하는 고입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비평준화 지역이나 특목고 등 성적으로 선발하는 고입제도가 존재하는 한 중학교에서도 수행평가가 제대로 정착하기가 어렵다. 고입제도를 수행평가와 절대평가와 조응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객관적 평가 기준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행평가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 현장에 안착하기까지 진통이 적잖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9∼16일 전국 초·중·고 교사와 교감, 교장 등 교원 96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중등교사의 61%, 고교 교사의 66.3%가 수행평가만으로 학생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방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중·고교 교사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워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초등 교사들은 “수능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학교평가 방식만 바뀌면 오히려 학생들에게 학습부담을 더 안겨줄 수 있다”고 답했다.
교총은 “수행평가만으로 학생 성적을 매길 수 있는 방안의 시행 부작용을 줄이려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