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한국 경제는 큰 혼란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데킬라효과' 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13일 '미국 금리인상의 파급효과와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 11개국을 대상으로 위기상황을 가정해 외환대응력과 부도위험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안전하지만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은 위험국가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데킬라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1994년 미국의 금리인상은 멕시코 금융위기를 불렀고 아르헨티나, 태국, 필리핀을 거쳐 1997년 한국까지 번졌다. 당시 멕시코 전통술 데킬라에 취한 것 같다는 뜻에서 '데킬라 효과'라는 말을 붙였다.
지금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의 외환건전성이 개선됐고, 국가부도위험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그린스펀 전(前) 연준의장이 권고하는 위기상황 대응력 평가에서 11개국 중 3위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한국내 단기자금이 27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는 외환보유고(3747억달러)에 3개월간 경상수지 흑자(289억달러)를 더한 외환대응력(4036억달러)으로 방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터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미국의 고금리를 찾아 떠나는 단기자금을 막을 수 없는 나라로 분류됐다.
데킬라 효과가 한국으로 번지기 어렵다는 것은 국가부도위험으로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국가부도위험을 가리키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프리미엄)는 12월 현재 0.54%로 11개국 중 가장 안정적"이라며 "반면 아르헨티나(사실상 국가부도), 브라질(4.502%), 러시아(2.770%), 남아프리카공화국(2.738%), 터키(2.612%) 등은 가산금리가 높아 부도위험이 높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CDS 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가산금리를 말한다. 이 금리가 높을수록 부도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양적완화 축소가능성 발언을 했을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금을 빼내 해당국 주가와 통화가치 폭락을 부추겼다"면서 "그 당시에도 한국은 원화가치와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미국 금리인상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겠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된 변화"라며 "오히려 금리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가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지금의 우리 외환보유고는 당시에 비해 14배 이상 증가했고, 위기 대응력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데킬라 효과가 미치는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등 주요 위험국에 대한 수출부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이들 신흥국의 경우 중국경제 둔화, 원자재가격 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가장 좋지않은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무역보험, 환변동보험을 통해 환리스크 줄이기 ▲위험국에 대한 모니터링과 바이어 관리능력 강화 ▲역발상적 투자 등을 대응전략으로 조언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7년간 지속돼 온 저금리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건"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신흥국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과 우리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가능성에 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