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삼성과 LG가 자동차 전장 분야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 사업 부진 및 글로벌 경기 위축 등의 여파로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LG가 자동차 전장 사업에 뛰어든 데 이어 삼성도 가세함에 따라 양측은 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동차 전장이란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 부품을 가리킨다. 텔레매틱스,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무선통신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9일 2016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통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전장사업팀장은 생활가전 C&M사업팀장이던 박종환 부사장이 이끈다.
전장사업팀은 단기간 내 전장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한 자동차 산업이 아닌 포스트 자동차 시대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조직 슬림화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부품 분야에 대한 투자는 늘려나가고 있다. 삼성은 새로운 성장엔진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 10월30일 삼성SDI 케미컬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3개사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조5850억원(매각금액)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매각대금을 바탕으로 최근 급성장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앞으로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매각 자금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올해 들어 삼성SDI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중국 시안(西安)에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삼성SDI 시안공장은 연간 약 4만대 분량의 고성능 전기자동차(순수 EV기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셀과 모듈의 모든 공정을 일괄 생산한다. 삼성SDI는 2020년까지 총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라인을 증설한 후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삼성SDI는 현재 BMW,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 포드 등 글로벌 카메이커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도 그룹 차원에서 자동차전장은 물론 자동차 부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7월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VC사업본부는 차량용 AVN(Audio Video Navigation) 기기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지능형 안전편의 장치로 불리는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 차량용 공조 시스템·전기차 배터리팩 등의 자동차 엔지니어링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소재·부품분야 핵심 기술을 융복합하며 차량 전장부품 라인업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차량용 모터와 센서, 차량용 카메라모듈, 차량용 무선통신모듈, LED, 전기차용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 전력변환 모듈 등 보유하고 있는 제품군이 20여 종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멕시코에 해외 첫 차량 전장부품 생산기지를 구축한 후 글로벌 시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도 힘을 쓰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 4월 충북 오창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을 가동했다. 현재 연간 2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중국 난징(南京)시 신강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축구 경기장 3배 이상 크기인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으로 세워졌다.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 5만대 이상(320㎞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기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 기준으로는 18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 공장은 셀(Cell)부터 모듈(Module), 팩(Pack)까지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일괄생산체제로 구축됐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단계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를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려 고성능 순수 전기차 20만대 이상(PHEV 기준 70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특히 테슬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늘리고 있다. GM, 포드, 볼보, 르노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와 장기공급 계약을 했다. 20개 이상의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회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