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내 2000대 기업 중 117곳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 손실(적자)과 당기 순손실까지 모두 기록해 심각 단계 수준의 경영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국내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직전인 1996년 때보다도 기업 경쟁력이 더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가 '2014년 국내 2000대 기업 위험 기업 현황 분석' 결과다. 조사 대상 2000대 기업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상장·비상장사 중 매출 기준이다. 금융업은 제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0대 기업 중에서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 손실과 당기 순손실 3가지 악재를 모두 기록해 위험 경고등이 켜진 기업 숫자는 지난해만 117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과 국가 경제에 위험 요소가 높은 기업들이 여기에 다수 포함됐다. 117개사의 지난해 영업 적자액 규모는 3조4839억원, 당기 손실액만은 8조3053억원에 달했다.
117곳을 매출별로 살펴보면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이 18곳, 2000억~5000억원 중견기업 15곳으로 파악됐다. 매출 1000억원대 이하 중소기업은 84곳으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2곳으로 가장 많았고 전자 업종이 17곳, 기계 11곳, 무역·유통업과 철강 각각 7곳, 화학 6곳이었다. 자동차도 4개사가 포함됐다.
또 지난해 국내 2000대 기업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잠재적 위험 요소가 높은 기업군은 295개사(14.8%)로 확인됐다.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제조업 등의 부채비율이 200% 이하가 돼야 재무구조가 건전한 것으로 평가한다.
295곳 중 재무구조가 다소 불안정한 상황인 부채비율 200~300% 미만 기업 수는 108곳이었다.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 먹는 수준인 300%대 기업은 56곳으로 파악됐다. 기업이 존립하기 위태로운 부채비율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도 93곳이나 됐다. 자기 자본이 아예 잠식된 기업도 38곳으로 확인됐다.
295개 기업의 총 부채 총액은 270조원인 반면 자본 총액은 70조원에 그쳤다. 이들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384%나 됐다.
앞서 기업들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315조원으로 2000대 기업 전체 매출액 1603조원의 19.7%나 됐다.
매출별로는 5000억원 이상 대기업 76곳, 2000억~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39곳이다. 1000억원대 이하 중소기업은 180곳으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45곳으로 최다였다. 전자업체도 41곳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무역·유통업 28곳, 기계 23곳, 자동차 17곳, 전기·철강 각각 14곳, 화학 13곳, 해운·항공 9곳 등이다.
국내 상장사의 부채비율 흐름을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직전인 1996년 때는 359.1%였지만 지난해는 173.3%로 수치상으로는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에 제2의 외환위기가 찾아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지난 2012년 부채비율 145.0%를 기록한 이후로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상장사 부채비율은 176.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176.9%와 비슷하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경쟁력이 상실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매각과 합병 작업을 하거나 구조조정 등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기준으로 시행해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