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 참사가 일어난 후 미국 주지사들이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앨라배마와 조지아, 텍사스, 애리조나, 미시간, 일리노이, 메인, 뉴햄프셔 등 미국 50개 주의 절반이 넘는 27개 주(州)의 주지사들이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한 뉴햄프셔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반대하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다.
이번 성명발표는 지난 13일 밤 파리를 공격한 테러범 중 한 명이 시리아 여권을 가지고 난민 대열에 끼여 프랑스에 입국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이른바 ‘위장 난민’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시리아 난민을 계속 수용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난민들은 테러리스트들의 희생자”라면서 난민 심사를 강화해 테러단체 연계자를 추려내는 방식으로 시리아 난민을 계속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2016회계연도에 최소 1만명의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고 2017년부터 그 수를 더욱 늘리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앨라배마 주지사와 미시간 주지사가 지난 15일 가장 먼저 시리아 난민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16일 24개 주지사들의 반대성명 발표가 러시를 이루었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민주당이 집권한 18개 주(하와이 주지사는 무소속)를 제외하고 공화당이 집권한 곳이 31개 주임을 감안하면, 시리아 난민 수용 반대 입장을 표명할 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통해 “남부 주에 난민을 수용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리에서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에 대해 충분히 숙고한 뒤, 앨라배마주에 시리아 난민 재배치 계획을 반대하기로 했다”며 “앨라배마 주민을 위협하는 정책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시간 주에는 많은 아랍계 미국인이 살고 있지만, 릭 스나이더 공화당 소속 주지사는 “시리아 난민들을 받지 않겠다”며 “국무부가 이에 관한 절차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시간주는 (이민자를) 환영하는 주이고, 우리는 이민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최우선 사항은 주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상당수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 난민 프로그램을 폐기하거나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난민 수용 여부는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게 달려있으며, 주정부는 난민 수용을 거부할 수 없고, 단지 수용 절차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블라덱 아메리칸 대학 법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주정부는 (난민수용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해당 사안은 헌법에 따라 연방정부에게 권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정부의 참여 없이는 연방정부가 난민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며 “주정부는 법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수 없지만, 연방정부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