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의 총지휘자로 모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의 벨기에 국적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지목된 가운데, 아바우드가 어떤 인물이며 어떻게 이번 파리 테러를 지휘했는지 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모로코 상인의 아들…극단주의 빠지게 된 이유는 아버지도 몰라
모로코 상인의 아들인 아바우드는 20대 후반의 젊은 청년이다. 16일(현지시각) 르몽드와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바우드는 현재 27세 혹은 28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은 아바우드의 나이를 특정하지 않고 20대 혹은 20대 후반이라고만 보도하고 있다.
아바우드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 다민족 거주 지역인 몰렌벡에서 자랐다. 이곳은 브뤼셀의 노동자 계급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브뤼셀 소재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느긋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정보기관 관계자들과도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유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우드가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 이유는 그의 아버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4년 시리아로 간 뒤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바우드의 아버지 오마르 아바우드는 프랑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행위가 가족에게 부끄러움을 줬다"며 "왜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 했겠느냐. 우리 가족은 이 나라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왔다. 그는 좋은 상인이 될 아이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시리아로 떠났다. 그가 어떻게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됐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아바우드가 현재 시리아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파리 테러를 배후 조종했다는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테러는 시리아에서 결정되고 계획됐으며, 벨기에에서 조직되고 프랑스에서 시행됐다"고 밝혔다.
◇'IS 지도부'와 '유럽 조직원' 연결하는 역할
유럽연합 반테러리즘 당국자에 따르면 아바우드는 IS의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와 가까운 사이다. 지난해 초 IS에 가담한 그는 기존 IS 지도부와 유럽에 있는 조직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전직 반테러리즘 고위 당국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바우드는 시리아에서 파리 테러를 기획할 때 알바그다디와 접촉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IS 칼리파(이슬람 국가의 지도자이자 최고 종교 권위자) 제국을 세운 뒤 서방국들로 전쟁을 확산하는 알바그다디의 전략과 파리 테러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르몽드는 지난 8월 프랑스인 IS 조직원을 체포해 심문한 결과 아바우드가 공격을 지시하는 IS의 상위 조직원 중 하나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아바우드는 벨기에 몰렌벡 등지에서 IS 조직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렌벡은 파리 테러 주요 용의자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아바우드, 이전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범행 가담
아바우드가 극단주의 범행에 가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유럽에서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배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밝혀졌다.
벨기에 안보당국은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 아바우드가 등장하는 비디오 영상이 공개된 뒤 추적해왔다. 이 영상에는 훼손된 시신들을 싣고 공동묘지로 향하는 소형 트럭 뒷편에 있는 아바우드의 모습이 나온다. 그로부터 6개월쯤 뒤 아바우드가 그의 13세 남동생을 IS에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다.
벨기에 당국은 아바우드가 벨기에 동부 베르비에의 테러 조직을 조직하고 자금을 댄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월15일 벨기에 경찰은 이 지역을 급습하고 공모자 두 명을 사살했다. 사살된 공모자 중 한 명은 아바우드의 남동생이다.
지난 2월12일 아바우드는 IS의 영문판 선전 매체 '다비크(Dabiq)'와의 인터뷰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당국이 나를 좇고 있지만, 나는 내 의지에 따라 유럽에 들어갔다가 시리아로 자유롭게 되돌아올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바우드가 IS 깃발 앞에서 코란을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이 다비크에 실리기도 했다.
아바우드는 지난해부터 비디오 영상 여러 개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 영상에서 그는 극단주의적 성향의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일례로 아바우드는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흘리는 피는 내게 기쁨을 준다"며 "우리는 전세계 무슬림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자라왔다"고 말했다.
아바우드는 지난 8월 파리행 고속열차 테러와 지난 4월 파리 시내 교회를 공격하려는 시도에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 유럽에서 일어난 수많은 무장강도 범죄에도 아바우드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벨기에 법원은 아바우드와 다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31명에게 20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경찰관을 공격하려는 범행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바우드는 당시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