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올해 겨울 지난 15년간 최악의 엘니뇨 현상이 전 세계를 강타할 전망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7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엘니뇨가 지난 6월 다시 돌아와 연말로 갈수록 더욱 "성숙하고 강력"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셸 자로 WMO 사무총장은 "15년내 최악의 엘니뇨가 될 전망"이라며 "열대와 아열대 지방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경험하겠다"고 밝혔다.
엘니뇨란 태평양 페루 부근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세계 곳곳에 가뭄과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엘니뇨는 동태평양과 태평양 중부에 이르는 넓은 범위를 2도 이상 끌어올리면서 1950년대 이후로 3위권으로 강한 '슈퍼 엘니뇨'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지속되며 그 영향으로 피해 지역을 동시다발적인 홍수와 가뭄으로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에만 약 11만7000건의 산불이 나 50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했으며, 피해 금액은 약 47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의 주원인은 지나친 산림 개간이지만, 엘니뇨로 바싹 마른 숲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가뭄과 홍수의 피해를 동시에 입고 있다.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최악의 가뭄으로 820만명이 식량 불안에 직면했으며, 어린이 35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인해 구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케냐에서는 250만 명의 어린이들이 홍수와 산사태, 토사 유출, 엘니뇨와 연계된 질병 등으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케냐 정부가 밝혔다.
WMO는 지난 10월 멕시코 태평양 연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퍼트리샤도 엘니뇨의 여파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엘니뇨의 영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서 연말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춰나가고 있다.
자로 사무총장은 "전세계는 엘니뇨로 인한 홍수와 가뭄에 대처할 준비에 들어갔다"며 "현재 전 세계의 자원·인력 동원능력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엘니뇨에 대한 과학적 이해력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엘니뇨의 직접 영향권 지역이 아니므로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엘니뇨가 발생하는 겨울철에는 기온이 비교적으로 높고 비가 많이 오는 편"이라며 "올해도 평년보다 날씨는 따뜻하고 강수량은 다소 많겠지만 가뭄을 해소하기는 부족하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