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최소 129명의 생명을 앗아간 13일의 파리 연쇄 테러로 인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선언한 칼리프 국가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테러 전략을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IS는 이 같은 테러 전략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지원병을 모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내에서 무슬림과 비무슬림 간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고 서방 국가들로 하여금 시리아 및 이라크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거나 아니면 힘겨운 성전에 발을 들여놓으라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는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다.
터키와 레바논에서 발생한 자폭 테러와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한 파리 연쇄 테러는 IS의 테러 전략에 글로벌화하고 보다 집중화하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국제안보센터의 중동안보 선임연구원 비랄 사브는 "이제 이라크와 시리아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IS가 이번 파리 연쇄 테러를 통해 던진 메시지'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IS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나 자신들이 이단자라고 배척하는 시아파 무슬림 같은 내부 경쟁자들을 겨냥한 테러에 집중했었다.
IS는 이번 파리 테러에 대해 프랑스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 및 시리아 내 IS 공습에 참여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주장했으며 러시아 여객기를 격추시킨 것도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에 나선 데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가 아닌 다른 중동 국가에서 벌인 테러는 수많이 있었지만 이제 유럽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파리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부른 테러를 성공적으로 벌인 것은 IS의 테러 전략이 변화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IS가 왜 하필 지금을 테러 전략을 글로벌화로 바꾸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 가지 가능성은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에 나선 것 때문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공습 대부분이 IS가 아니라 다른 시리아 반군을 겨냥한 것이긴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S 격퇴를 노골적으로 밝힘으로써 IS가 이러한 전략 변화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파리 테러를 포함한 대규모 외국에서의 테러는 또 IS가 그동안 전세계 지하드 운동의 최선봉으로 인식돼 오다 최근 세력이 약화된 알카에다를 대신할 효과적인 대안이란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분명 도움이 됐다.
런던 채텀 하우스 연구원이자 'IS : 테러의 군대의 내부 사정"이란 책을 쓴 하산 하산은 "IS는 칼리프 제국 건설과 알카에다를 대체한 세계 지하드 운동의 지도자 위치 확립이라는 2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IS의 이념가 가리브알-이크완은 과거 "이슬람 국가에서 사람을 해칠 경우 즉각 결정적이고 공포스러운 대응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또다른 이념가 후세인 빈 마무드는 "프랑스가 IS에 대한 공습에 참여해 아랍 어린이를 죽인다면 우리도 파리에서 프랑스 시민들을 죽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