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호주의 크리스마스 섬에 수감된 뉴질랜드 국적의 범죄자들을 귀국시키라는 야당의원들과 이를 거부하는 총리가 의회에서 정면충돌했다.
11일 뉴질랜드 헤럴드는 하루전 웰링턴 의회에서 존 키 총리가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에 감금된 뉴질랜드 시민을 귀환시켜야 한다는 노동당 의원들에게 "강간범을 지지하는 행위"라고 말한 뒤,이에 격분한 노동당의 4분의 3에 달하는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떠나버리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9일 폭동이 발생한 크리스마스 섬의 한 난민수용소에 감금된 뉴질랜드 시민 40여명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이 곳에는 호주에 체류하다 전과로 인해 비자가 취소된 뉴질랜드인들이 수용돼있다.
존 키 총리는 이날 "크리스마스 섬에는 강간범과 아동 성추행범, 살인자 등이 갇혀 있다"라며 "노동당은 이들이 귀환하면 위험에 처할 국민보다 흉악범들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해 노동당 의원들의 분노를 샀다. 또 노동당 앤드루 리틀 당수에게 "강간범들의 편에 서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우리는 뉴질랜드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존 키 총리의 발언 직후에 데이비드 카터 의장은 총리의 발언을 저지하고 질서를 지키도록 요구했다.
이에 노동당 의원들은 "총리가 윤리 기준을 잃어버렸다"라며 데이비드 카터 의장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질서를 무너뜨린다는 이유로 노동당의 이아인 리즈갤러웨이 의원이 의회에서 쫓겨나자, 노동당 의원 대부분이 의회를 떠나면서 의장에게 항의를 표했다.
노동당 의원들은 존 키 총리가 '강간범' 발언을 철회하도록 데이비드 카터 의장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당 그랜트 로버트슨 의원은 "존 키 총리의 발언에 매우 기분이 상했다"며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카터 의장은 "의원 개개인들이 기분이 상하는 것과 상관없이 의회 전체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라며 노동당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당 크리스 힙킨즈 의원은 "강간범을 지지한다는 발언보다 모욕적인 말이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지만, 데이비드 카터 의장은 끝내 총리의 발언을 철회시키지 않았다.
한편 호주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비자가 취소된 585명의 뉴질랜드인들 가운데 아동 성추행범은 34명, 살인자는 22명, 강간범은 16명이다. 크리스마스 섬 수감자 200여명 중 강간범이 4명이 있지만 그들의 국적이 뉴질랜드인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