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미국 청년층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내세울 만한 젊은 인재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선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각각 68세와 74세의 고령이다. 두 후보 모두 손주까지 둔 '할머니 할아버지'다.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혔던 조 바이든(72)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렌(66)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등 현재 민주당의 '대세' 정치인도 모두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다.
상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이끄는 수장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와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해리 레이드(네바다)는 각각 75세다.
공화당은 민주당과 상황이 정반대다. 지난달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40대 하원의장 자리에 오른 폴 라이언(45) 상원의원(위스콘신)은 공화당은 물론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이다.
공화당 경선에도 '아웃사이더'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69) 후보와 벤 카슨(63)을 제외하면 마르코 루비오(44) 상원의원(플로리다), 테드 크루즈(44) 상원의원 등 젊은 정계 출신 기수들이 포진해 있다.
민주당에도 풋풋한 정치인들이 물론 있지만 수가 제한적인 데다 공화당 주자들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높지 않다. 커스틴 질리브랜드(48) 상원의원(뉴욕)이나 코리 부커(46) 상원의원(뉴저지), 41세 쌍둥이 형제인 줄리언 카스트로 주택도시개발장관과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등이 그렇다.
공화당 성향의 정치 전략가인 포드 오코넬은 민주당이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래 여러 차례 선거 참패를 겪으면서 성숙된 역량을 갖춘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은 젊은 정치인들이 앉을 "의자가 없다"며 이같은 손실은 장기적으로 민주당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만 한다면 정치인들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서던메소디스트대학의 칼 질슨 사회과학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포용적 메시지와 교육, 보건복지 지출 의지에 매력을 느낀다"며 "공화당의 메시지는 젊은 유권자들, 특히 미혼 여성들에게 냉혹하고 인색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치 분석가인 브래드 배넌은 "공화당의 루비오 의원은 신선한 얼굴인 데다 젊고 잘생겼다. 이는 모두 좋은 요소들"이라면서도 "공화당의 문제는 젊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정말로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유권자는 공화당이 시계를 돌리고 싶어하는 세력이라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미국에서 동성 결혼은 1981년 이후 태어난 청년 유권자의 70% 이상이 지지하는 이슈로 조사된다. 허나 대권에 도전한 공화당 후보 대부분은 연령에 관계없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견지하고 있다.
보스턴대학의 토베 베르코비츠 교수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통틀어 최고령 대선 주자인 샌더스 후보가 청년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누가봐도 샌더스 후보는 젊은 이미지와 거리가 먼데도 젊은층으로부터 각광받는 것은 그의 정책비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여론조사원 마크 멜먼은 "나이 많은 후보가 젊은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지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