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국민 거포'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서막을 열었다.
넥센은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박병호의 메이저리그(MLB) 포스팅을 위한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병호의 포스팅 관련 서류에 문제가 없다면 KBO는 이날 정오 무렵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를 전달한다.
MLB 사무국은 향후 4일 동안 30개 구단을 상대로 박병호에 대한 비공개 입찰을 진행하게 된다. 주말이 끼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는 6일(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 오후 5시) MLB 구단 포스팅 응찰이 마감된다.
MLB는 7일 KBO에 포스팅 결과를 통보하고 넥센은 9일 포스팅 수용 여부를 KBO에 통보하게 된다. 수용하게 되면 박병호의 에이전트가 구체적인 계약에 돌입한다.
현재로서는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 과정에서 서류 일부가 누락되는 해프닝을 경험한 넥센은 이번에는 관련 서류를 빠짐 없이 준비해 KBO에 전달한 상태다.
KBO가 MLB 사무국에 포스팅 요청을 하면 곧바로 각 구단의 비공개 입찰이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박병호의 포스팅은 지난해 강정호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 야수 첫 포스팅 해외 진출을 시도한 강정호의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모두가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 강정호가 보여준 놀라울 만한 적응력과 경기력은 KBO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놓았다. KBO리그는 MLB 각 구단의 선수 수급을 위한 잠재적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4년 연속 KBO 홈런왕이자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일찌감치 MLB 진출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MLB 팀들의 관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MLB 스카우트들이 박병호 경기를 앞다퉈 지켜봤다.
미국 현지에서의 관심도 뜨겁다. 강정호가 뛰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물론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언론이 나서서 박병호 영입을 부추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팅 응찰액이 2000만 달러(약 228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아시아 야수 출신 역대 포스팅 최고액인 스즈키 이치로의 1312만5000 달러(약 149억83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모든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MLB에서 거포 1루수에 대한 기대는 상당하다. 달라진 환경에서 박병호가 국내에서처럼 홈런을 때려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KBO 출신 야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정호를 통해 입증됐다. 위상이 높아진 KBO리그에서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하다. 본격적인 포스팅이 시작되고 각 팀들이 영입전에 뛰어들면 의외로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박병호의 MLB 진출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과연 어떤 조건으로,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가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14년 묵은 아시아 야수 출신 포스팅 최고액도 갈아치울 수 있을지도 기대해 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