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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말 영화 200자평]홍상수는 옳다…9월 4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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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9월 4주차 개봉 영화 4편과 주요 영화 간단평.

◇아니올시다…'서부전선'(감독 천성일)

'서부전선'의 코미디가 전혀 웃기지 않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큰 웃음은 아니더라도 잔잔하게나마 미소 지을 수 있는 장면이 있고, 황당한 장면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인정하게 되는 신(scene)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매우 결정적인 결점이 있다. 이야기가 없다. 설경구와 여진구가 군복 입고 하는 콩트를 에피소드 별로 나열하다가 갑작스럽게 극을 감동적으로 마무리하려는 게 이야기라면 이야기다. 영화가 꼭 특정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서부전선'은 조금 멀리 갔다.

◇엄지 척!…'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감독 홍상수)

홍상수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건 바로 이런 작품을 연거푸 내놓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분명 홍상수 감독의 최고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아찔하게 뛰어나다. 누군가는 홍상수가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그건 아마도 이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고백하는 일일 것이다. 홍상수는 변하고 있다. 그는 이제 반성과 교정(矯正)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감정을 말한다. 또 그 감정의 촉매제가 자신에 대한 정직함 혹은 솔직함이 아니겠냐고 넌지시 묻는다.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고 싶다면, 홍상수의 영화를 봐야 한다.

◇글쎄…'에베레스트'(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에베레스트'는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non-fiction)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원작이다. 원작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물처럼 그렸다. '에베레스트'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은 크라카우어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대자연 앞에선 인간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재난영화의 틀에 담은 것. 그 결과는 좋지 않다. 코루마쿠르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캐릭터는 사라졌고, 서사는 엉성해졌다. 위안이라면 에베레스트의 위용이 느껴지는 촬영과 주인공 롭 홀을 연기한 제이슨 클락의 좋은 연기다.

◇즐겨요…'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

'인턴'의 단점을 찾아내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중심이 되는 한 축의 캐릭터가 무너져내렸으며, 너무 극적인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이것 말고도 많다. 하지만 '인턴'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건 분명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노련함이다. 사랑스러운 앤 헤서웨이와 품위있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타율 높은 유머와 산뜻한 편집은 극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인턴'은 분명 판타지스러운 영화다. 하지만 그 판타지를 우리 모두가 꿈꾸기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즐겨요…'사도'(감독 이준익)

'사도'는 연출적인 측면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듯한 '인상'을 주지만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이야기의 허술함이 드러난다. 왕인 아버지가 왕이 될 아들을 작은 곡식상자(뒤주)에 가둬 말려 죽인 참혹한 사실의 배경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묘사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사도'는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연기다. 송강호,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그의 연기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유아인, 이제 그를 또래 배우에 국한해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할 이유가 있을까. 그는 뛰어나다.

◇글쎄…'메이즈 러너:스코치 트라이얼'(감독 웨스 볼)

평범한 수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다. 다만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라면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생스터 그리고 이기홍(!) 등 젊은 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다. 또 한 가지, 영화 완성도가 어찌 됐든 이 시리즈가 끝나는 모습을 봐야겠다는 관객 또한 말리지 않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봐야 할 좋은 영화는 너무나 많다.

◇즐겨요…'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감독 F 게리 그레이)

'스트레이트…'는 힙합이라는 음악이 가진 원초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려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티셔츠, 검은색 바지를 입은 거친 랩퍼, 가슴을 치는 듯한 강력한 비트, 그 위로 쏟아지는 묵직한 랩핑, 열광하는 관객. 일단 보면 이 영화의 재미를 부정하기 힘들다. 다만 몰아치는 초중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듯 한 후반부, 매우 상투적인 이야기 진행 방식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힙합오락영화다.

◇만세!…'침묵의 시선'(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확신한다. 아마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중 '침묵의 시선' 만큼 강렬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속 이미지, 대사, 정적, 벌레울음 소리 등 '침묵의 시선' 속 모든 것들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헤집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깊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 정권은 그들의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했다. 자그마치 100만명. 아디의 형도 그때 죽었다. 가해자들은 그들의 살인을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생각하지만, 피해자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디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살인자들을 찾아가 묻는다. "저희 형을 왜 죽였습니까." 다른 설명 필요 없다. 올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

◇즐겨요…'앤트맨'(감독 페이튼 리드)

몸이 1.27㎝로 작아지며, 개미들을 몰고 다니는 영웅이 주인공이다. 마블의 또 다른 히어로 무비 시리즈 중 하나. 기존의 어벤져스와 함께 앞으로 펼쳐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일원이 될 것이다. 이 영화, 일단 재밌다. '앤트맨'의 즐길 거리는 두 가지다. 유머와 액션. 최근 마블의 영화 중에 관객을 이렇게 대놓고 웃기려고 한 영화는 아마 앤트맨이 유일할 것이다. 유머의 타율도 꽤 높다.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시종일관 유쾌해 '앤트맨'을 부담 없이 즐기게 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커지기만 했던 액션 장면의 스케일은 '앤트맨'에서 극도로 작아진다. 클라이맥스 액션이 펼쳐지는 장소가 장난감 토마스 기차 철로 위다.

◇즐겨요…'기적의 피아노'(감독 임성구)

몇 년 전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갖춰 '스타킹'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예은이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방송 출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적의 피아노'는 장애와 그로 인한 좌절을 주제로 삼은 최루성 멜로 다큐가 아니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아이들보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 소녀의 고군분투기 정도다.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은이와 그 주변 사람을 바라보는 연출자의 사려깊은 시각이 감동을 끌어낸다.

◇즐겨요…'미라클 벨리에'(감독 에릭 라티고)

'미라클 벨리에'는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다. 성숙한 가족영화이고, 가족의 성숙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이 작품을 음악영화나 성장영화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에릭 라티고 감독이 그리려는 큰 그림의 일부다. 딸은 꿈을 위해 가족의 곁을 떠나려 하고, 부모는 딸을 가족이라는 둥지 안에 품어두려고 한다. 청각장애인인 부모가 건청인 딸에게 "네가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실망했었다"고 말하는 건 그런 의미다. 이 영화를 성숙한 가족영화, 가족의 성숙에 관한 영화라고 하는 건 이들이 서로를 결국은 인정해 나가기 때문이다.

◇글쎄…'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변하는 남자와의 연애'라는 설정은 분명 흥미롭다. 이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하지만 관객을 극장에 오게 하는 것과 지루하지 않게 자리에 앉혀놓는 건 또 다른 이야기. 다시 말해, 콘셉트는 콘셉트일 뿐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힘은 결국 이야기에서 나온다. '뷰티 인사이드'는 서사가 빈약한 영화다. 제목이 이 영화가 말하려는 이야기 전부인데,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상투적이어서 심드렁하게 느껴진다. 얼굴이 변함으로 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엄지 척!…'나의 어머니'(감독 난니 모레티)

난니 모레티가 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이고, 왜 거장이라 불리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레티 감독은 죽어가는 어머니와, 어머니와의 예정된 이별이 애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을 살아야 하는 딸의 일상을 담담한 필치로 보여주며 관객의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난니 모레티는 딸의 일상을 보여준다. 일도, 사랑도, 자식도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상과 입원해 있는 어머니를 찾아가는 또 다른 일상, 이게 전부다. 모레티 감독의 연출에는 자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일상 자체와 결국 어머니에게 마음을 기대려는 딸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러운 감동을 만들어낸다.

◇엄지 척!…'베테랑'(감독 류승완)

말 그대로 유쾌한 영화다. 류승완 감독은 러닝타임을 흥겨운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마치 탄산이 들어있는 듯한 이 에너지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적절한 완급 조절의 연출력을 만나 스크린 밖으로 분출한다. 멘토스와 코카콜라랄까. 생각을 해야 하는 영화도 아니고, 감정을 소모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영화의 속도감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 된다. '베테랑'은 무엇보다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출연 배우 모두가 역할에 맡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즐겨요…'암살'(감독 최동훈)

'도둑들'(2012)이 1290만 관객을 불러 모았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흥행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걸 이룬 감독이 전작과 비슷한 방식으로 또 한 번 영화를 만드는 건 무의미한 일이고, 그것은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한 창작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최동훈은 변하고 있다. '변했다'라고 쓰지 않은 것은 '암살'이 최동훈 영화 변화 과정의 중간 단계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암살'은 재밌는 영화다. 이 정도 할 수 있는 감독, 해외에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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