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8월 한국 증시가 얼어 붙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하락 마감한 날이 대부분인 가운데 시총과 신용거래까지 줄어들며 시장 전반이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경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 나타나 하반기 증시도 냉랭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반등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월 들어 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거래가 있었던 13일 가운데 10일, 코스닥 지수는 8일 전일보다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2000선,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달 들어 투자자 매도가 늘며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총도 각각 40조원, 10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유가증권 시장 시총은 지난 3일 1255조7107억원에서 전일(19일) 1211조6577억원으로 44조524억원이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은 196조2076억원에서 185조9413억원으로 10조2663억원 감소했다.
8월 증시가 된서리를 맞으며 올 들어 크게 늘었던 신용거래 규모도 위축되고 있다.
7월31일 7조8074억원에 이르렀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3100억원 넘게 줄어 지난 18일 7조492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며 신용 거래 규모가 위축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 수출 기업의 침체가 예상돼 증시가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유가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전세계적으로 구조적인 불황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거시경제지표 분석 기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인 0.96%, 0.49%로 예상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5%로 낮추기도 했다.
시장 전반에서 한국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증시만 나 홀로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토러스증권 최승용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가공 무역 축소의 영향이 이제 한국에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길게 볼 때 올해 한국 증시는 중장기적인 박스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된 이후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 것을 세계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시장이 해석하며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9월17일과 1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약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이후 한국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센터장은 "9월 FOMC 이후에 그간 지수가 떨어진 만큼 반등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악재가 제거됐다는 판단으로 숨어있는 돈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