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뉴스와 포럼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딧(Reddit)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큰 소동을 일으켰다. 화제의 사진은 한 남성이 2볼리바르(베네수엘라 화폐) 지폐를 엠파나다(중남미 파이 요리)를 감싸쥐는 냅킨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에는 177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사진은 베네수엘라의 현 경제 상황을 알려준다. 비공식 환율시장(암시장)에서 1볼리바는 사실상 1센트(0.01달러)보다 가치가 떨어진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냅킨 한 장 사기도 힘든 형편이다.
미국 CNN은 18일 베네수엘라 경제는 대혼란 상태에 있으며 사람들은 냅킨과 같은 기본 물품들도 구하기가 힘들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올해 초에는 트리니다드와 토바고에서 방문한 관리들이 베네수엘라에 석유를 받는 대신 냅킨을 제공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설탕, 우유, 밀가루조차 구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소비재 중 70%는 수입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개월 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는 암시장에서 그 가치가 8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1년 전, 1달러는 82볼리바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암시장에서 1달러는 676볼리바가 됐다.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이같이 침체된 이유는 현재 정치적 불안정, 흐릿한 경제, 그리고 유가 하락으로 인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인플레이션은 작년 68%까지 올랐으며, 당시 경제학자들은 올해 세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이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수입 식품대 지불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반 시민들은 냅킨과 같은 일반 소비재를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즈가 시작한 대규모 정부 복지 프로그램을 계속할 뿐이다.
베네수엘라 경제성장의 생명줄인 석유는 올해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이때문에 마두로 대통령은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로부터 현금을 대출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한 반정부 인사들을 체포하고 3종류의 공식 환율이 포함된 통화체계를 만들었으며 현 베네수엘라의 경제 침체에 대한 책임을 미국 정부 등 외부로 돌리고 있다.
그나마 마두로 대통령의 정책 중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환영하는 것은 달러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인들은 하루에 최대 300달러까지 달러를 구매할 수 있지만 이중 자신이 보유할 수 있는 것은 200달러로 제한된다. 나머지 100달러는 베네수엘라 은행 계좌에 입금시켜야만 하는데 이때 달러는 1달러당 200볼리바르의 환율로 계산돼 암시장 환율에 비해 볼리바르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10월까지 50억 달러의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석유가가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베네수엘라가 올해 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 베네수엘라 화폐 가치로 보아서는 이러한 예상도 아주 가능성 없는 결과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