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3일 연속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절하시켰다. 런민은행의 승인을 받은 외환 교역센터는 13일 달러·위안화 기준환율(중간가격)을 전날 고시한 6.3306위안에 비해 1.11% 내린 달러당 6.4010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중국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낮추고 12일에 다시 1.62% 하향한 데 이어 사흘 연속 하향 조정했고,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사흘간 무려 4.66% 하락했다.
시장의 관심은 위안화 절하가 어느 시점까지 이어질지로 맞춰지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위안화 절하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하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도 이와 비슷한 자국 통화 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환율 전쟁이 촉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중국 위안화 절하 어떻게 시작됐나
중국은 사흘째 위안화 절하를 시도한 가운데 중국의 외환관리 시스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은 금융당국이 시장의 주요 거래자로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국과 다른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다.
위안화의 고시환율은 런민은행이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 통화바스켓에 들어있는 외화 환율 상황과 시장조성자인 은행 호가를 결합해 결정한다. 런민은행은 통화바스켓에 어떤 외화가 포함됐고 통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달러의 비중이 지배적인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대 달러 환율 변동폭은 고시환율 ±1%에서 ±2%로 확대됐다.
◇ 위안화 절하의 목적은
중국은 위안화 절하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오랫동안 중국에 요구해온 환율결정 체계를 시장친화적으로 바꾸고 시장성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05년 관리변동환율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실질적인 환율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외환보유액의 감소와 해외 직접적인 투자 확대 등이 금융 개혁 및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당국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위안화 평가 절하로 수출을 증가시키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위안화 절하로 중국 수출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 갈피 잡지 못하는 투자자들
중국이 사흘째 위안화를 절하한 것은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7월 중국 내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6.6% 하락한 126만86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중국 위안화 절하로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외국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건설기계업체 캐터필러와 제너럴일렉트릭의 주가가 중국 위안화 절하 소식에 연이어 하락했다. 그러나 수출 기업들이 입을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중국 위안화 절하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시회(FRB)에 고민을 안길 수 있다.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위안화 절하가 미국의 수출과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시선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