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통계청은 지난 4일 '7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했다. 채소와 육류를 포함한 물가 지표인 신선 식품 지수는 가뭄 탓에 1년 전보다 6% 상승했다. 이 때문일까.
대형마트에선 방학을 맞아 신이 난 아이들과 달리 양파 한 망조차 쉽게 담지 못하고 몇 번이고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서울 동작구의 한 대형마트. 평일인 관계로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저녁 준비 혹은 내일 아침을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대다수였다.
자녀 셋을 두고 있다는 김윤주(38·여)씨는 양파를 사려다 가격을 확인하고 누가 볼세라 급히 내려놨다. 그는 "요리를 따로 하지 않아도 양파 자체로 맛있어서 많이 먹었는데 점점 양파 가격이 오른다"며 "오늘 3000원대까지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양파가격은 한 망에 3150원으로 한 달 전 2000원대에 비해 크게 올랐다.
쉽게 담지 못하는 손님들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판매원이 할인행사를 목청껏 소리 높여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매원을 잠깐 쳐다보더니 본인과 관련 없는 상품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장을 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한쪽에선 아이들이 집어온 과자 몇 개를 빼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 판매원은 "채소값이 급등해 매장 내 자체 할인행사도 시행하면서 마감세일을 크게 적용한다"면서도 "복날을 기점으로 닭값은 많이 내렸는데, 다른 것들이 워낙 비싸 손님들이 많이 망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외곽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였다. 오후 8시가 넘은 안산시 단원구의 한 대형마트. 매장 할인행사와 조금 일찍 마감세일을 진행해도 손님들의 장바구니는 채워지지 못했다.
판매원은 할인된 가격을 상품에 재부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양파 몇 개를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주부 정모(37)씨는 "학원도 안 다니는 애들이 방학을 했다"며 "평소보다 장을 배로 봐야 해 마감세일을 노린 시간에 왔지만 뭘 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계산대에서 만난 이모(32·여)씨는 캐셔에게 이것저것 내밀더니 꽤 많은 금액을 할인받았다. 이 씨는 "집으로 오는 할인쿠폰과 어플을 이용한다"면서도 "쿠폰사용으로 그나마 저렴하게 구매하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가격이 낮게 책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좋지 않았던 6월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며 "판매량은 6월에 비해 증가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 할인행사를 계속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