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여론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의 해임지시서와 음성 파일을 공개한 데 발맞추듯,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귀국하자마자 대국민 사과로 방어에 나섰다.
당사자들을 비롯해 지지자들도 뒷받침을 본격화한 양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김포공항에 들어서 90도 각도로 몸을 숙여 사과했다.
그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미안합니다"라며 공항을 떠나기 전까지 고개를 세 번이나 숙였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하나하나 답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적극적인 여론전은 신 전 부회장이 연일 "동생이 아버지를 격노하게 했다"는 주장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여론의 분위기도 심상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형제의 난'으로 그룹 내 불투명한 지배구조, 경영환경이 두드러지면서 롯데그룹의 이미지 하락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한·일을 걸친 지배구조가 계속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나눈 일본어 대화, 서툰 한국말 사과를 언론에 노출하면서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상태다.
이날 신 회장은 일본어 억양이 다소 묻어나긴 했으나 한국어로 무리 없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을 강조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대국민 사과 이후 신동빈 회장은 곧 아버지와의 회동을 두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서로 웃으며 5분 동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어허" 등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으나, 신선호 산사스 사장이 이를 전면 반박했기 때문이다.
신 사장은 취재진과 만나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무서운 얼굴로 나가라고 했다.(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계속 격노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측의 주장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신선호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의 일본 출국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누구를 지지하는가는) 저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밝혔지만, 줄곧 신동주 전 부회장을 대리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신 사장은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회사 최고 책임자고 주인"이라고 밝힌 바 있고, "신동주가 한국을 아주 좋아하고 한국적"이라며 일본어 인터뷰에 대한 여론을 두둔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에 대해서는 "(신 총괄회장은)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탈취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계속 드러내고 있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용서할 수 없다"고 밝힌 신 총괄회장의 영상을 공개하고, 중국 사업 보고를 숨겨 아버지가 배신감을 느꼈다며 여론전을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