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정부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등에 업고도 연일 폭락을 거듭하자 중국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56포인트(1.68%) 떨어진 3663.00에 마감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이 기간 동안 상하이지수는 무려 11.45%나 빠졌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8.48%가 급락해 2007년 2월27일(8.84%) 이후 8년 5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가를 끌어내리는 몇 가지 요인은 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장에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6월 제조업 기업 영업이익도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중국 정부의 증시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박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전문가들은 이런 설명 가능한 주가 하락 원인들이 있음에도 현재 중국 시장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남발한 상황에서 주가 폭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세증시'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 정부의 '약발'마저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물량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던 중국 증시는 6월12일 정점(5,166.35)을 찍은 뒤 조정기를 맞았다.
전 세계를 경악시킨 폭락 행진이 이어졌다. '대박 시장'이었던 중국 증시는 약 한 달 새 30% 이상 증발했다.
투자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자 정부가 나섰다.
당국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 주식 발행을 줄이고 장기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는 등 각종 부양 카드를 사용했다.
또 중국 17개 국영은행이 증시 부양을 돕기 위해 1조3000억위안(약 239조7720억원)의 자금을 중국증권금융공사(CSF)에 은행간 대출 방식으로 제공하며 추가 안전장치까지 마련했다.
정부의 '보이는 손'이 제 역할을 하는 듯 했다. 7월 중순에 접어들며 반등에 나선 중국 증시는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지닌 특수성을 인정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 삭스의 킨저 라우 중국 전략가는 "중국 증시에 아직 거품이 끼지 않았다고 본다"며 "중국 당국엔 여전히 대응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난팡펀드의 양더룽 수석 애널리스트는 "각종 증시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증시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 증시는 반등 끝에 4000선을 회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들어맞은 부분도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은 아니었다. 정부의 품에 안겨 펀더멘탈을 키우지 못한 중국 증시는 부양책이 밑천을 드러내자 4100선이었던 23일 이후 3거래일 만에 3600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최후의 보루였던 정부마저 시장 통제에 실패하자 전 세계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시장 구하기'에 나섰음에도 지난 27일 주가가 8.5%가까이 떨어졌다"며 "이제는 중국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의 주가 폭락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과 정부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며 "중국 최고위층들은 현재 연례 회담을 소집해 추가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여기서 과연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 돼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정부가 주식시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그저 버팀목이 돼 주는 것 뿐"이라며 "현재 중국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주가를 상승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복스는 "중국 정부는 부양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개입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더 강력한 부양책을 써야만 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IG의 데이비드 매든 연구원은 "최근의 주식 시장 붕괴는 베이징의 안정화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 당국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주식시장에 쏟아 붓든 잃어버린 신뢰는 다시 찾기 어려울 것"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