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이번 조사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100%에 가까운 비상장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12일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총수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23개 집단 소속 7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대기업집단 계열사(1446개)의 4.8% 수준으로 대부분이 비상장사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이면서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인 비정상적으로 높은 곳들이다. 이 가운데 총수일가 지분이 유독 많은 곳들을 중심으로 공정위 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5월 한진그룹 계열사 싸이버스카이를 시작으로 현대그룹 계열사 쓰리비, 하이트진로 계열사 서영이앤티까지 3차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2세를 포함한 총수일가 지분이 지나치게 높으면서 매출의 대부분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33.3%씩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고,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두 아들 지분이 80.1%에 달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쓰리비는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에 매각되기 전까지 100% 내부거래에만 의존해왔다.
대기업 계열사라도 특별한 기술없이 세워진 곳일수록 다른 계열사에 기대 수익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발생한 매출액은 자연스럽게 총수일가의 사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대기업집단으로 새로 편입된 중흥건설의 경우 중흥토건(주), 세종건설산업(주) 등 총수일가 지분이 100%인 계열사만 20개에 달한다. 대성, 부영, 동부, 한화, CJ, 태광, 효성 같은 곳들도 총수일가가 지분이 100% 인 계열사를 여러 곳 거느리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곳들을 중심으로 공시 내용 등을 통해 내부거래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지분율, 내부거래만으로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대상을 확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