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극본 장현주·연출 이성준)가 고전하고 있는 '화정'으로 무너진 사극명가 MBC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까.
'밤을 걷는 선비'는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을 중심으로 로맨스와 스릴러가 동시에 전개되는 판타지 멜로드라마다. '기황후'(2013~2014) '해를 품은 달'(2012) 등의 이성준PD가 이끈다.
여름과 어울리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데다가 원작 만화의 인기, '해를 품은 달' '아랑 사또전'(2012) 등으로 그 저력이 증명된 MBC의 판타지 사극이라는 점에서 캐스팅 과정에서부터 흥행이 점쳐진 작품이다.
7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역시 본편을 기대하게 했다. 궁에 사는 악귀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갈망하는 뱀파이어가 된 선비와 그 선비에게 찾아온 사랑, 악귀를 물리치려는 이들의 싸움 등 흥미로운 전개가 예고됐다.
이성준 담당PD는 "단순히 볼거리, 신기함 때문에 뱀파이어 소재를 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극의 핵심은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뱀파이어 '김성열'과 동시에 그럼에도 그 여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인간적인 '김성열'의 간극이다.
상투적이고 식상한 소재인 뱀파이어를 더욱 재밌게 풀어내기 위해 이성준PD는 동명의 원작 만화에는 없는 인물 '최혜령'(김소은)을 만들어 냈고 멜로 라인을 강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방송되고 있는 사극인 '화정'이나 KBS 1TV '징비록'보다 가벼운 청춘 멜로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명랑하고 씩씩한 남장 책쾌 '조양선'(이유비), 겉으로는 한량이지만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세손 '이윤'(심창민), 궁에 살면서 나라를 쥐고 흔드는 악귀 '귀'(이수혁), 뱀파이어 선비의 심복인 미모의 기생 '수향'(장희진) 등 흥미로운 인물 설정도 돋보인다.
뱀파이어 물의 핵심은 흔히 떠올리는 '뱀파이어' 이미지와의 이질감 없는 어울림이다. 그런 점에서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로 분한 이준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스스로 "세월 이기는 장사 없다"며 영화 '왕의 남자' 시절을 추억하듯 말했지만 이영준PD나 상대역 이유비 모두 "흠잡을 데가 없다" "싱크로율 100%"라고 평했다.
이에 이준기는 "저희 배우들 다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 이상"이라고 답했다. "날렵한 외모가 아니라 남장이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했다"는 이유비나 "수염을 붙인 내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다"는 심창민 등 다른 출연진 역시 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현대적인 외모의 이수혁 역시 흡혈귀 '귀' 역할로 판타지 장르에 특화된 외모와 목소리의 장점을 보여줄 예정이다. "평소에 뱀파이어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는 그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귀'로 극에 긴장감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일 방송되는 첫 회에는 뱀파이어가 되기 전 '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뒤 나라를 위해 큰 결심을 하는 '김성열'의 모습이 그려진다.
'맨도롱 또똣' 후속으로 매주 수·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